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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재취업 ‘좁은문’…실업급여 끊기면 극빈층

등록 2009-08-27 06:54

 실업급여 100만 시대 고용정책 판을 바꾸자
실업급여 100만 시대 고용정책 판을 바꾸자
쌍용차 정리해고자 80%
취업 못하고 실업급여로
기업 위기마다 해고 수순
반발 불러 사회비용 더 써
‘일자리 나누기’ 먼저 고민을
계영희(46)씨와 동생(37)은 평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쌍용차 가족’이다. 1989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한 형은 경기도 안성의 부품하자검사 부서에서, 1995년 입사한 동생은 천안 물류센터에서 일해왔다. 그러나 형제에게 지난 두달여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형제가 나란히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형제가 함께 동참했던 파업이 끝난 지 스무날째인 26일, 남은 것은 상처뿐이다. 농성 67일 만에 공장을 먼저 빠져나온 동생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계씨 아내가 운영하던 음식점도 다음달 문을 닫는다. 3년 전 집을 담보로 3억원가량 빚을 내 고깃집을 열었지만, 경기침체로 손님이 줄면서 한달에 300만원이나 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계씨는 “외국처럼 연금체계가 잘돼 있는 것도 아니고, 경기가 나쁘면 영세업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해고만 하려 든다”고 정부와 회사에 분노했다.

77일간의 파업 끝에 노사 타협을 이뤄낸 쌍용차는 겉으론 평온을 되찾았으나, 대량해고의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지역생산의 15%가량을 쌍용차에 의지하는 평택에선 음식점과 학원 등 영세상권도 함께 몰락했다. 평택시는 열곳 가운데 대여섯꼴로 문을 닫거나 휴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실업급여나 재취업알선 같은 ‘완충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평택의 고용대란은 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평택시 이충동의 평택종합고용지원센터에는 요즘 하루에 쌍용차 실직자 80~90명의 발길이 이어진다. 최근 석달간 쌍용차 실직자 1008명이 실업급여 22억3600만원을 타갔다. 하지만 24일 현재까지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196명뿐이다. 그나마도 인근 중소제조업체로 옮겨가 임금이 반토막 나거나 영세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쌍용차와 81개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실직자 수는 평택에서만 39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병문 평택종합고용지원센터 소장은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끝나는 내년 초께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00만원 남짓 되는 실업급여로 몇달간 연명하다가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직자들은 대부분 극빈층으로 전락한다.

쌍용차 사태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사업장에서 대량해고가 일어났을 때 사회·경제적 충격 흡수 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998년 현대차, 2002년 대우차 사태 때의 대규모 정리해고와 결사항전이라는 틀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해고 대신 노동시간 구조조정 등 ‘일자리 나누기’에 주목한다면, 평소 노사가 머리를 맞대 불황기의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한다면, 정부가 탄탄한 사회안전망으로 울타리를 쳐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할 이유가 사라진다면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겨레>는 앞으로 열 차례에 걸쳐 악화하는 고용상황을 짚어보고 일자리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아본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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