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노조 활성화 등 문제” 반대…한쪽선 “비정규직 조직화” 찬성
복수노조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공식 입장은 ‘전면 허용’이지만, 현장의 일부 단위노조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감지된다. 몇몇 노조는 “복수노조 허용이 불러올 부작용을 감안할 때, 노동계가 이 방안에 찬성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항운노조연맹(항운노련)은 지난 11일 복수노조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항운노련은 “지금 상황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들끼리의 선명성 경쟁이 결국 하역산업의 사양화로 이어지면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봉홍 항운노련 위원장은 “사실 대부분 노조들이 실제로는 복수노조에 반대하는 입장인데도 결사의 자유 보장이라는 명분 때문에 반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속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포착됐다. 현대차지부는 지난달 낸 소식지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사쪽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집행부가 들어설 경우, 자신들이 사주한 몇 개의 노조를 이용해 내부 분열을 조장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기아차지부도 지난 9월 “복수노조 허용은 어용노조의 기생을 활성화하고 민주노조를 파괴한다”고 밝혀 민주노총 본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가 구심점을 잃어서 노동자들의 단결력이 저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돌출하는 이유는 각 단위노조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정치적 대의 때문에 강하게 반대하지 못하지만, 밑바탕엔 자신의 기득권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복수노조는 현장의 노조 형태나 여러 사정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라며 “대체로 유니언숍(채용과 동시에 노조 가입) 형태를 띠는 대기업 노조는 다른 노조가 생기는 데 부정적이고, 비정규직노조 등 오픈숍(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움) 형태를 띠는 현장에서는 복수노조 허용이 조합원들의 조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하지만 복수노조를 잘 활용하면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을 원군으로 조직하는 기회가 된다”며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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