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시행 유예’ 중재안…한국노총도 입장선회
민주노총, 한국노총 강력 비판 “공조파기 검토”
민주노총, 한국노총 강력 비판 “공조파기 검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내년 시행을 앞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한 협상안을 내놓고, 한나라당이 복수노조 허용 시기 3년 유예를 핵심으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노사정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오는 2일까지 협상을 벌여 합의안을 내놓기로 한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입장을 바꾼 한국노총을 비판하며 공조 파기 절차를 밟고 있다.
■ 한국노총 입장 급선회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30일 낮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율적인 전임자 급여 문제 해결을 전제로 법의 폐기 또는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시행되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사실상 유예하자는 제안이다.
장 위원장은 복수노조에 대해 “기업 내부에서 노조 사이에 사활을 건 조직경쟁이 불가피해져 투쟁적인 노조가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기존의 태도를 바꿔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노사 간의 쟁점이 되지 않도록 노조 스스로 개혁할 것”이라며 “전임자 급여를 스스로 부담하도록 조합 재정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한목소리로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 금지 조항을 노동조합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합의 가능할까 한국노총의 입장이 바뀌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장 위원장과 임태희 노동부 장관, 김영배 경총 부회장 등을 불러 노사정 4자 회담을 열었다.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안 대표가 한국노총과 경총에 2일까지 합의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당이 준비한 안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중재안은 한국노총 처지에서는 대부분의 산하 노조에서 전임자 임금을 챙기고, 경총으로서는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미룸으로써 각각 실리를 챙기는 방안이어서, 양자가 중재안을 토대로 협상할 경우 전망은 어둡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노사가 가져온 합의안을 보고 판단한다는 태도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판을 깨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미 한국노총과 경총, 한나라당이 잠정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복수노조는 유불리를 따지는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평등, 자유 등과 같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에 관한 문제”라며 “한국노총의 입장 선회는 전체 노동자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남종영 최혜정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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