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불가피하다” 김기태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도노조 파업의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팻말을 들고 있던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곤한 듯 눈가를 만지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노조 파업절차 지켜도 “불법 소지 커” 강경대응
임금피크제 등 ‘공기업 선진화’ 반대 제압용인듯
임금피크제 등 ‘공기업 선진화’ 반대 제압용인듯
정부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고가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함에 따라, ‘정부가 노동자의 파업권을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정부가 검찰·경찰 등을 통해 철도노조 파업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도리어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제약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철도노조는 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지난 26일부터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철회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으며, 필수유지 근무인원 1만여명은 파업에서 제외하는 등 법적 절차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파업이 불법성이 짙다고 보고, 김기태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집행부 1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정부는 이번 파업이 근로조건과 무관하게 ‘공기업 선진화’라는 정부 시책을 반대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해 불법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사용자인 코레일 쪽도 “노조가 단협에 해고자 복직, 노조 전임자 유지 등 회사의 고유 권한인 경영권에 관련된 사안을 포함시킨 것은 공기업 선진화 저지 등 사실상의 대정부 투쟁 성격을 띠고 있어 정당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의 주요 내용은 사실상 노사가 임단협을 통해 합의해야 할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어서, 정부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는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등 임금제도 개편안이 포함돼 있고, 이것은 근로조건에 중대한 변동을 가져오는 사안”이라며 “코레일이 요구한 내용을 노조가 임단협에서 반대하며 파업한 것인데, 이를 두고 정부 정책에 반대한 불법적인 정치파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으므로 불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된다.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파업의 목적으로 볼 수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쟁의행위의 주요 목적을 갖고 불법 여부를 따지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라며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쟁점을 부각시켜 불법 파업으로 모는 것은 파업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철도노조 간부 수사에는 정부의 공기업 개편 의지가 반영돼 있어, 실제보다 갈등을 부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과 경찰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도재형 교수는 “절차나 방식의 문제가 아닌 파업의 목적을 가지고 불법성 문제를 제기하면 결국 검찰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커진다”며 “이는 오히려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노사관계를 회사와 노조의 자율적인 관계로 보지 않고, 지나치게 개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민영 남종영 기자, 대전/송인걸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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