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전임자 임금지급 등의 문제에 합의한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부가 4일 저녁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표자회의를 마친 뒤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사정 합의 내용과 전망
여당 중재안보다 후퇴…복수노조 4번째 유예
‘전임자 임금 처벌’ 중소기업 노조 뿌리채 ‘흔들’
“결사의 자유·노사 자치주의 위배” 거센 비판
여당 중재안보다 후퇴…복수노조 4번째 유예
‘전임자 임금 처벌’ 중소기업 노조 뿌리채 ‘흔들’
“결사의 자유·노사 자치주의 위배” 거센 비판
4일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가 최종 합의한 노동조합법 개정 방향의 핵심은 복수노조 허용을 2년6개월 미루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은 금지하되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13년 동안 세 차례 유예된 복수노조는 이번에 네 번째 유예됐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토대로 만들어질 노동조합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동안 결사의 자유와 노사 자치주의에 위배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복수노조 네 번째 유예 복수노조는 2012년 6월까지 시행이 유예된다. 기업 단위에서 기존의 노조가 있을 경우 새로 노조를 만들 수 없다. 복수노조 허용을 유보한 이유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복수노조를 허용할 경우 다수 노조가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투쟁적인 노조가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를 대며 줄곧 반대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복수노조 금지 조항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여러 차례 수정을 권고한 터라 국제사회에서 ‘노조 설립의 자유가 없는 나라’라는 오명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두 명 이상이면 언제든 노조를 만들고 사쪽과 협상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본권이다.
노사정은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하는 등 복수노조 차기 시행을 못박았지만, 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2년6개월 뒤면 차기 대통령 선거 직전이어서 과연 정치권이 이를 시행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중소노조 타격 클 듯 현재는 기업이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안을 토대로 법이 개정되면, 내년 7월부터 기업이 전임자에게 임금을 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다. 애초 노동계는 이 내용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에 협상에 나선 한국노총은 이런 주장을 접었다. 대신 노사정은 노사 공동업무에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는 타임오프제를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무엇보다 중소 규모의 노조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비만으로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노조에서는 전임자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측이다. 당연히 노조의 조직력과 교섭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임오프제를 도입한다지만, 중소노조의 타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유급근로시간 인정을 두고 노사 간 쟁의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철수 서울대 교수(노동법)는 “임금지급 금지 조항을 존치시키면서 타임오프제를 시행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고 노사 자율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 한국노총 백기투항 왜? 노동 전문가들은 한국노총이 왜 기존 요구안을 대폭 양보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이번 합의안은 한나라당 중재안이나 한나라당 내 ‘민본21’의 방안보다도 더 못하다”며 “협상 전략이 부재했든지 아니면 전체 노동계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한국노총 주류세력인 항운노련 등 일부 산별노조의 이해가 전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복수노조를 반대하는 이들의 이해에 따라 복수노조 유예기간을 늘리는 대신 전임자 임금 부분을 대폭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합의문에 최종 서명을 하기 직전까지도 한국노총 집행부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노총 홈페이지는 밤늦게까지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남종영 정민영 기자 fandg@hani.co.kr
■ 한국노총 백기투항 왜? 노동 전문가들은 한국노총이 왜 기존 요구안을 대폭 양보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이번 합의안은 한나라당 중재안이나 한나라당 내 ‘민본21’의 방안보다도 더 못하다”며 “협상 전략이 부재했든지 아니면 전체 노동계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한국노총 주류세력인 항운노련 등 일부 산별노조의 이해가 전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복수노조를 반대하는 이들의 이해에 따라 복수노조 유예기간을 늘리는 대신 전임자 임금 부분을 대폭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합의문에 최종 서명을 하기 직전까지도 한국노총 집행부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노총 홈페이지는 밤늦게까지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남종영 정민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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