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압과 추위에 맞서…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왼쪽 둘째)이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와 사무실 폐쇄를 규탄하며 “모든 국민의 헌법적 권리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타임오프 상한제란
‘전임자 임금’ 교섭사항인데
시행령으로 규정 논란될듯
‘전임자 임금’ 교섭사항인데
시행령으로 규정 논란될듯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부 등 노사정 3자가 합의해 내년 7월부터 도입하기로 한 ‘타임오프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노사 공동업무 시간에만 급여를 지급하되, 노조 규모별로 상한선을 둔다는 게 뼈대다. 하지만 합의안을 두고 노사간 시각 차이가 여전하고, 국제기준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있어 앞으로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채필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7일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노사정이 공동 실태조사를 벌여 적정한 전임자 수 기준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개별 사업장 노사가 협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 공동 실태조사는 내년 2월까지 이뤄진다. 노조 전임자의 활동시간을 분석해 타임오프에 해당하는 노사 공동업무(유급근로) 시간이 얼마인지 추산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토대로 노조 규모에 따라 유급근로 시간의 상한선을 설정해 시행령에 규정한다. 개별기업 노사는 이 유급근로 시간 상한선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전임자 급여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사간 논란과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일부에선 인정받은 유급근로 시간을 노조 전임자에게 몰아주는 등 자율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석하지만, 재계는 ‘노조 전임자가 부활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노사 협의를 통해)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시행령 제정 과정을 통해 현재 전임자 수를 대부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타임오프제에 상한제가 추가됨에 따라 개별기업 노조로선 협상의 여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타임오프제만 단독으로 시행될 경우 교섭력이 센 노조는 사쪽과의 협상에서 유급 근로시간을 많이 얻어낼 수 있지만, 상한선을 둔다면 이마저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타임오프 상한제는 대기업 노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물론 중소기업 노조 역시 전임자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임오프 상한제는 유급근로 시간의 상한선을 규정한 것이지, 그만큼을 무조건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타임오프 상한제를 통해 노조 전임자 수를 사실상 규정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노조 전임자 임금은 입법적 관여사항이 될 수 없으며, 노사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교섭할 사항”이라고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
아울러 정부가 유급근로 대상 업무를 직접 규정함으로써 노조의 활동을 제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노조가 ‘돈을 받는’ 업무에만 매달리게 되면서, 노조의 정치·사회적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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