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현황
특수고용직 사업주, 보험료·사고책임 피하려 ‘꼼수’
“산재 가입말라” 강요에 본인 몰래 적용제외 신청
“산재 가입말라” 강요에 본인 몰래 적용제외 신청
골프장 사업주들이 경기보조원(캐디)에게 산재보험에 들지 말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당사자 허락도 없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에 신고된 전체 경기보조원 가운데 산재 적용을 받는 이들의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의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으로 일하는 박아무개(38)씨는 지난해 11월 카트에 치어 발목뼈가 부스러지고 연골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박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처리 신청을 했으나, 보험 가입자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박씨는 “근로복지공단 서류를 확인해 보니, 회사가 내 의사도 묻지 않고 임의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의 88컨트리클럽에서는 지난해 회사 쪽이 경기보조원 8명이 퇴직한 것처럼 꾸며 근로복지공단에 허위 이직 신고를 냈다가 들통나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회사 쪽이 경기보조원들에게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말라고 공공연히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경기보조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캐디세상’(cafe.daum.net/caddie1004)에는 이와 관련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경숙 여성노조 88컨트리클럽분회 전 부회장은 “대다수 골프장에서 신입 경기보조원 교육 때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쓰라고 강요한다”며 “대다수 경기보조원들은 법률적 지식도 없는데다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신청서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을 바꿔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4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2008년 7월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업주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대상자를 전원 신고하고, 노동자가 원할 때에만 적용제외 신청서에 서명을 받아 산재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편법과 허위 문서작성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신고된 경기보조원 2만878명 가운데 2만417명이 적용제외 신청을 해, 실제 산재보험 적용자는 신고자의 2.2%인 461명에 그쳤다. 다른 특수고용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습지 교사의 산재보험 적용률은 6.6%, 보험설계사는 12.1%, 레미콘 기사는 28.7%에 불과했다.
특수고용직의 산재 가입이 적은 이유는 사업주가 보험료를 모두 내고 의무가입하는 일반 산재보험과 달리, 사업주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내고 적용제외 신청을 하면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임의가입 형식으로 산재보험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고경섭 노무사는 “사업주가 보험비용을 아끼고, 안전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회피하려고 보험 가입을 막는 것”이라며 “사업주가 부당한 개입을 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특수고용직에게도 산재보험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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