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쪽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해 지난 20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도크에 배들만 있고 노동자들은 찾아볼 수 없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12일째 전면파업
일제강점기인 1938년 한반도에서 배를 처음 만든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26만㎡)는 29일 영하의 매서운 바닷바람이 귓전을 때릴 뿐 적막하기만 했다. 3개의 도크에는 짓다 만 배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해마다 연말이 가기 전에 외국 선주사들에 선박을 넘겨주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6000여명이 밤낮으로 용접기를 돌리고 망치를 두드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작업 현장에 있어야 할 생산직 정규직 1000여명은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실 옆 생활관 2~4층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농성장에는 회사가 ‘정리해고 대상자를 통보하겠다’고 밝힌 날짜(내년 1월5일)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긴장감이 감돌았다. 입사 10년차인 김아무개(39)씨는 “지난 10년 동안 흑자를 달성했는데 갑자기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며 “회사가 정말 적자가 나고 어렵다면 임금 삭감 등 고통 분담을 할 뜻이 있지만,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을 내보내는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감이 줄어 8월부터 번갈아 휴업에 들어간 노조원들의 불안감은 극심했다. 조립부문 이아무개(54)씨는 “휴업을 하면 평소 받던 임금이 절반가량 깎인다”며 “이미 넉달째 휴업중인 조합원은 자녀의 학원을 끊고 보험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회사 쪽은 지난 2년 동안 선박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해 내년 5월이면 모든 종업원들이 일손을 놓아야 할 형편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영도조선소의 임직원 1800여명 가운데 400명을 내년 2월7일 정리해고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지난 20~24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지만 26명만 신청하자 31일까지로 신청 기간을 연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5월이면 일감이 없어 손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리해고 대상 인원 400명에서 희망퇴직자를 뺀 인원은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수주 실적이 없었던 것을 두고 노사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회사는 “120여차례 견적을 넣었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수주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구조조정의 명분을 쌓으려고 일부러 수주를 하지 않았다”고 되받았다.
회사가 ‘400명 정리해고 방침’을 노조에 공식 통보한 지난 20일부터 노조는 전면 파업에 나섰다. 내년 2~3월까지 선주사에 넘겨줘야 할 선박 7척을 약속한 날짜에 넘겨주는 것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손동호(46)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노사가 마주 보는 기관차처럼 충돌하면 73년 역사의 영도조선소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부산시가 노사 상생을 위한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아래는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28일 노조사무실 옆 생활관에 텐트를 치고 밤샘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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