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영도조선소 안에서 회사 쪽의 정리해고 대상자 통보에 항의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시민단체 “경영진 책임 묻는 시민운동 벌일것”
부산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 대상자를 전격 통보해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12일 생산직 노동자 1100여명 가운데 290명을 다음달 14일 정리해고하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정리해고 계획서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한 뒤, 정리해고 대상자들에게 우편으로 통지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인사고과, 기술역량, 근무태도, 연령, 자격면허, 포상, 부양가족, 개선제안 등 11개 항목을 기준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5일 생산직 400명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더 협상하라는 여론이 거세자 정리해고 통보를 미루고 지난 4~5일 노조와 협상을 벌였다.
지난달 20~24일에 이어 이달 7~11일 희망퇴직자 신청을 추가로 받았다. 이날 명단이 통보된 290명은, 애초 회사가 책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400명 가운데 희망퇴직 신청자 82명과 정년퇴직자 28명 등 110명을 뺀 이들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는 격렬히 반발하며 이날 오후 3시와 저녁 7시30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서 노조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항의집회를 열었다.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과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장은 회사 쪽의 정리해고 통보에 항의해 삭발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51) 지도위원은 영도조선소 3도크 옆 크레인 운전석(35m)에서 일주일째 농성을 벌였다.
채 지회장은 “회사의 갑작스런 정리해고 통보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것과 같다”며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한테만 돌리는 경영진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막겠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책위원회는 “한진중공업 노사 상생을 통해 향토기업을 지키고 부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경영진이 부산시민의 뜻을 무시하고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했다”며 “오늘부터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범시민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선박 수주가 한 건도 없어 올해 5월이면 일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하는 것은 영도조선소를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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