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부산역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민단체 공개제안에 “외부개입 부적절”
노조 다시 장외투쟁…민노총도 결의대회
노조 다시 장외투쟁…민노총도 결의대회
부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회사 쪽의 대화 거부로 장기화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6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5자 협의체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별 회사의 경영 문제에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자며 노사와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5자 협의체를 만들어 이달 말께 실무자들이 첫 모임을 열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노조는 5자 협의체 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다시 장외투쟁에 나섰다. 지난 3~5일 시청 광장에서 48시간 노숙농성을 벌인 데 이어 24일부터 수영구 남천동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사무실 앞, 부산시청 광장 등 3곳에서 노조원들이 번갈아 침낭에서 잠을 자는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또 이날부터 부산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17명 가운데 10명의 사무실 앞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조남호 회장 집 앞에서도 1인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26일 오후 3시 부산역에서 한진중공업 노조원 500여명과 전국에서 모인 민주노총 산하 간부 등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기업 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며 “생존권을 지키려는 한진중공업 노조원들과 함께 정리해고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부산역 근처 한진중공업 중앙동 사옥에서 항의집회를 다시 연 뒤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먹튀(먹고 튀는) 경영과 정리해고를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영도조선소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이어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하며 영도조선소 3도크 옆 35m 높이의 선박 크레인 운전석에서 21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51)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찾아가 격려했다.
손동호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부산 유일의 100대 기업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딸려 있는 수많은 하청업체 등 지역경제 살리기와 직결돼 있다”며 “회사 쪽이 진정 지역경제를 생각한다면 5자 협의체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선박 수주 감소를 이유로 영도조선소의 생산직 1100여명 가운데 400명을 줄이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신청하거나 정년퇴직한 110명을 뺀 290명을 다음달 14일자로 정리해고할 계획이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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