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진술 커지는 의혹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공식 해명을 내놨지만 관련자들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탓에 의구심은 점점 커진다. 특히 이 후보자는 돈을 돌려준 장소, 방법, 당시 나눴던 대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두 말을 바꿔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돈을 언제 돌려줬느냐다. 이 후보자는 이날 “돈을 받은 다음날 (별정직 6급) 김씨가 근무하는 1층 민원실로 내려가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봉투를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원실 여직원 김아무개씨가 이 모습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여직원 김씨는 “당시 이채필 총무과장이 내려와 (돈을 건넨 김씨에게) ‘어제 왜 우리 집에 왔다 갔냐’고 물은 뒤 누런 행정봉투를 집어던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직원 김씨는 불과 이틀 전인 지난 9일 <한겨레>와 전화통화할 때만 해도 “(돈을 건넨) 김씨가 승진이 안 됐단 얘기를 얼핏 내비치긴 했다”면서도 “돈을 줬거나 돌려줬단 얘긴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직원 김씨는 “어젯밤(10일)에야 그 안에 돈이 들었던 건지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 수가 3~4명에 불과한 민원실에서, 과장이 내려와 호통을 치는데도 돌려준 행정봉투가 ‘돈 봉투’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처럼 여직원 김씨 진술이 바뀐 과정은 앞으로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엄밀하게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돈을 돌려준 장소를 애초 ‘총무과장실’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민원실’로 바꿨다. 그는 이에 대해 “오래전 일이라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9일 노동부의 한 과장을 통해서 “총무과장 방에서 돌려줬고 다른 사람이라도 입회시킬 걸 그랬다”고 구체적인 해명을 <한겨레>에 전달해왔고, 몇분 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반면 돈을 준 김아무개씨는 “석달여가 지난 뒤 총무과장실에 혼자 올라가 돈을 받은 게 확실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밀봉된 봉투 안에 돈이 들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애초 이 후보자는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김씨가 “조금 넣었습니다”라고 대답해 돈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11일에는 “뜯어보진 않았지만 뭔가 문제가 될 만한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첫번째 해명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단순히 기억을 잘 못해서 착오가 생긴 것이라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이 후보자의 부인도 지난 9일엔 “봉투라면 돈이 들었다고 생각해 애당초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7월 경기도 안양 이 후보자의 아파트에서 돈을 건넨 정황에 대해서도 양쪽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다. 김씨는 “아내와 함께 가서 화장품과 현금 1000만원이 담긴 한지상자를 이 후보자의 부인한테 줬고, 같이 차도 마셨다”고 주장한 반면, 이 후보자는 “아내가 남자 직원한테서 ‘과장님이 보실 자료’라며 행정봉투를 받았을 뿐이고 차를 마신 건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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