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2교대제’ 도입한 두원정공
잔업 없어져 임금 줄었지만
규칙적 생활로 심리적 안정
노사 4년 준비해 일단 안착
잔업 없어져 임금 줄었지만
규칙적 생활로 심리적 안정
노사 4년 준비해 일단 안착
밤 12시가 넘으면 일손을 놓는 ‘주간 2교대제’가 노동계의 큰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한 회사가 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두원정공(대표 이병천)으로, 지난해 9월부터 노사 합의로 주간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1974년 세워진 두원정공은 디젤기관 연료분사장치를 현대·기아차와 쌍용차에 공급하고 있다. 직원 수 500여명, 자본금 79억원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1027억원으로 순이익은 8억원 정도다.
두원정공도 지난해 9월까지는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매일같이 ‘철야 근무’를 했다. 주간근무조는 대략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잔업 2시간 포함) 일을 했고, 야간근무조는 저녁 7시30분부터 다음날 아침 6시30분(잔업 2시간 포함)까지 밤을 꼬박 새웠다. 그러나 주간 2교대제를 시행한 뒤부터는 주간조가 아침 8시부터 낮 4시, 야간조가 낮 4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일한다. 잔업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보더라도 하루 30분 이상 근무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게 직원들 얘기다. 대신 임금도 줄었다. 잔업이 없고, 150%씩 쳐주는 철야 특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회사 쪽은 만족한다. 한 관계자는 “평일 연장근무가 사라져 추가 임금과 전력비 등 비용 부담이 줄었다. 시행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회사 재무 지표들이 긍정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봉급은 줄었지만, 노동자들의 삶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뀌었고 가족·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겼다. 이 회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한 생산직 직원은 “처음에는 근무체제가 바뀌어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편하고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임금이 조금 줄었지만 휴일 특근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 보충이 된다. (요즘에는) 취미생활도 즐기고 가족관계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두원정공이 주간 2교대제를 시행할 수 있었던 데는 우선 공장마다 들쭉날쭉한 물량을 최대한 고르게 분배해 고용을 유지하자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더해 심야노동의 위험성도 고려됐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노사가 서로 양보한 점이다. 회사와 노조 관계자는 “4년 동안 꼼꼼하게 준비해 문제없이 합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요즘 두원정공은 시급으로 계산하던 급여체계를 호봉제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급제에서는 노동시간이 준 만큼 노동자들의 월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회사와 노조는 이 부분을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노사 양쪽의 얘기다.
하지만 두원정공 노사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사례가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두원정공 사례를 가져다 노사가 서로 각자의 주장을 펼치면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각 사업장의 상황에 맞게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도 “임금협상을 하고 있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구체적인 부분을) 말하기가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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