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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농성자에 과태료폭탄 떨어질까봐 파업 철회”

등록 2011-06-28 21:00수정 2011-06-28 23:19

<b>노조원들 점점 벼랑 끝으로</b> 부산 한진중공업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28일 오전 부산 영도조선소 담 위에 외부인 출입을 막으려고 철조망을 치고 있다. 철조망 뒤쪽으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174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머물고 있는 크레인에 올라가 함께 농성을 벌이는 노조원들이 보인다. 부산/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노조원들 점점 벼랑 끝으로 부산 한진중공업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28일 오전 부산 영도조선소 담 위에 외부인 출입을 막으려고 철조망을 치고 있다. 철조망 뒤쪽으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174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머물고 있는 크레인에 올라가 함께 농성을 벌이는 노조원들이 보인다. 부산/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진중 노조 최우영 사무장
청문회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희망버스’ 마음은 고맙지만
대세엔 영향 못준다 판단
법원 강제퇴거 결정 뼈아팠다

정규직 무더기 정리해고에 반발해 여섯달 넘게 전면 파업농성을 벌이며 완강하게 맞서온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정리해고 철회를 관철하지 못한 채 갑자기 파업을 접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진중공업 노사가 27일 서명한 ‘노사협의 이행합의서’ 협상에서 실무교섭을 이끌었던 최우영(51) 한진중공업 노조 사무장은 28일 저녁 영도조선소 신관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농성 노조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밑바닥을 드러낸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최 사무장은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출석을 요구한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청문회 뒤에 합의할 수는 없었나?

“애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그리고 한진중공업지회로 꾸린 ‘공동투쟁본부’는 6월30일까지 회사와 합의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정리해고되지 않은 노동자 600여명을 회사로 복귀시켜 투쟁력을 강화하고, 해고자들은 복직투쟁위원회를 꾸려 장외에서 투쟁하기로 한 것이다. 노사 합의 뒤 회사가 직장폐쇄를 풀면 복직투쟁위와 연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27일 부산지방법원이 강제퇴거 결정을 집행하겠다고 나섰다. 또 이날 공권력이 투입된다고 했다. 그래서 애초 계획보다 사흘 앞당겼을 뿐이다.”

-26일 노조원 간담회에서 노조원들이 합의에 반대했는데 왜 강행했나?

“비해고자 600명도 고려해야 했다. 더구나 경찰력 투입과 법원의 퇴거 집행 결과에 대해 설명했으나, 노조원들이 ‘설마’ 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 설명해도 납득할 것 같지 않았다. 결국 법원 퇴거 결정이 집행되지 않았나. 우리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국회 청문회가 열리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차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설령 청문회에 조 회장이 출석해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모를 당한 조 회장이 더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더 마구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7월9일에 제2차 ‘희망버스’가 영도로 온다고 했는데.

“마음으로는 고맙다. 그렇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날은 힘이 되겠지만, 1차 희망버스 때처럼 지나가면 부담을 남길 수 있다.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합의를 서두른 것에) 아쉽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법원이 지난 13일 노동자들에 대해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 뼈아팠다.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보름 뒤부터 하루 100만원의 강제이행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했다. 6개월 동안 월급도 받지 못하고 싸운 농성자들에게 과태료 폭탄이 떨어지면 견딜 수 없다. 그래서 2차 희망버스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합의서에 (선박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퇴거를 노조가 책임진다고 했다. 월권 아닌가?

“채길용 한진중공업지회장이 합의서에 넣었는데, 물어보니 ‘내가 내려오라고 한다고 내려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내가 안고 가야 한다는 뜻에서 상징적으로 넣었다’고 하더라.”

-정리해고자들은 경찰력에 끝까지 대항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경찰이 들어오면 농성 노동자 모두 연행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면 노조도 사실상 와해될 수 있다. 막말로 지도부가 끝까지 버텨서 전원 연행되면 간단하다. 그러면 남는 것이 뭐가 있는가? 투쟁 역량을 보호해서 길게 가야 한다고 봤다.”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노사협의 이행합의서) 서명은 노조 규약 위반 아닌가?

“찬반투표를 하려면 회사와 협상이 완전히 끝나야 한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중이다. 언론에서 ‘협상 타결’이라고 표현했는데 잘못됐다. 합의서에도 정리해고자 문제는 계속 협의한다고 돼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합의는 없다. 따라서 찬반투표에 부칠 수 없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와 단절하나?

“우리의 투쟁방식이 잘못됐다면 징계를 받겠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놓인 현실에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상급단체와 계속 연대한다. 오해받아도 어쩔 수 없다. 세월이 지나면 평가를 받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리해고자들이 복직투쟁위를 꾸릴 것이다. 외부에 있던 비해고자들은 다음주 회사에 돌아와 다시 결집하고, 김진숙씨를 돌볼 것이다. 노조 집행부는 복직투쟁위를 적극 도울 것이다. 투쟁은 길게 해야 한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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