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타노조 “삼성전자가 대부분 요구 수용해”
서울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 앞이 노조집회 무풍지대의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주 노조로서는 처음으로 태평로 삼성 본관 앞 집회를 신고했던 노비타 노동조합이 9일로 예정된 첫 집회를 앞두고 집회 신고를 취소한다고 8일 밝혔다. 노비타 노조는 이날 삼성전자 쪽과 △자회사 처우에 합당한 위로금 지급 △고용보장 협조 △주력 상품인 전화기·가습기의 삼성 브랜드 사용기간 연장 등에 합의하고, 집회 신고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런 합의안은 노조 쪽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노조는 또 삼성을 상대로 한 일체의 단체행동을 중지하는 대신 노비타 경영진과 새 주인인 네오플럭스를 상대로 단체협약 체결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갑작스런 합의는 집회 사실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삼성 쪽에서 부담을 느꼈고, 노조 쪽에서도 실익을 챙겼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석기(49) 노비타 노조 지부장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삼성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큰 본관 앞 집회가 무산되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하지만 노비타 매출의 약 80% 정도를 삼성에서 채워주고 있고 집회가 장기화되면서 노조원들이 지쳐가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비타 노조는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노비타를 두산 계열 벤처금융사인 네오플럭스에 매각한 데 반발해 결성된 이후, 지난 5월23일부터 태평로 삼성 본관 맞은편인 남대문로4가 동성빌딩 앞에서 한달 이상 매각 반대 집회를 벌여왔다. 노비타 노조는 삼성 본관 앞 집회를 선점하기 위해 유령집회를 신고하러 온 삼성 직원들과의 몸싸움 끝에 최근 노조 최초로 합법적인 집회를 허가받아 관심을 끌었다. 1984년 설립된 노비타(한일가전)는 비데를 비롯해 전화기·전기밥솥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97년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순혁 기자, 김다슬 인턴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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