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100여 명 “불법집행”…2억여 원 청구키로
해산과정에 법원 아닌 회사 쪽 용역 투입 논란도
해산과정에 법원 아닌 회사 쪽 용역 투입 논란도
무더기 정리해고에 반발해 회사 안에서 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용역을 동원한 집행관에 의해 강제 해산된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용역을 동원한 해산은 불법 집행”이라며 집행관과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농성 노동자 강제 해산이 법원 집행관의 퇴거 집행 형식으로 이뤄진 것이 매우 이례적인데다 집행관의 강제 해산이 적법했는지와 정당했는지를 놓고 소송을 내기로 한 것도 처음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노사 갈등 현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3일 “부산지법 집행관이 지난달 27일 용역 직원 150명을 동원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조원 100여명을 공장 밖으로 퇴거시킨 것은 불법 집행”이라며 “당시 강제 해산당한 100여명이 집행관과 회사를 상대로 1인당 200만원씩 모두 2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곧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적법성 논란 먼저, 가장 큰 쟁점은 집행관이 직접 강제 해산을 할 수 있느냐 여부다. 부산지법 민사14부는 지난달 13일 “피신청인(농성 노조원)들은 영도조선소에서 퇴거하라”고 결정했다. 집행관 쪽은 “민사집행법 258조에 부동산 등의 인도 청구의 집행은 제삼자(집행관)를 통한 직접강제 방식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인도에는 퇴거도 포함된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땅주인이 자신의 땅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사람을 집행관에게 맡겨 밖으로 들어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변호사는 법원의 퇴거 결정은 직접강제 방식으로 집행해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민사집행법 260·261조 등을 보면, 부동산이나 금품은 직접강제 방식으로 다룰 수 있지만 퇴거는 사람이 대상이므로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간접강제 방식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쪽은 법원 결정에 ‘퇴거하지 않을 때 직접 집행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없으므로 강제 해산을 하려면 법원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집행관실은 ‘퇴거하라는 문구 자체가 퇴거명령을 의미하므로, 법원의 허가를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한다.
둘째, 집행관이 노조원 해산에 용역 직원들을 동원한 것을 두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집행관실은 “집행관 규칙에 기술자와 노무자를 보조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법원에 등록한 용역회사 ㅂ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적법하게 노조원들을 해산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쪽 변호인단은 ‘강제 해산을 위해서는 용역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맞선다. 규칙보다 상위 법규인 민사집행법 5조를 보면, 집행관이 수색 등을 할 때 저항하는 이가 있으면 경찰과 군에 원조를 요청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 집행 과정의 정당성 논란 퇴거 집행, 곧 강제 해산 과정을 놓고도 다툼이 예상된다. 부산지법 집행관은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용역 150명의 채용 대금 1367만원(1인당 8만6000원)과 집행 수수료 233만원 등 1600만원을 예납받았고, ㅂ사와 계약을 체결해 용역 150명을 집행에 동원했다. 하지만 집행 현장에는 회사 쪽이 동원한 용역업체 씨제이시큐리티의 직원 150명도 함께 있었다. 회사 담 밖에는 경찰 200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집행관의 용역과 회사 쪽 용역이 똑같이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 300명 모두 집행관의 용역처럼 보였고, 집행관이 고용한 용역 가운데는 회사 쪽 용역으로 일해온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집행관실 관계자는 “회사 쪽 용역들은 퇴거 집행 현장의 뒤쪽에 있었다”며 “ㅂ사가 회사 쪽 용역업체 직원을 임시 채용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회사 용역들이 강제 해산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 쪽 변영철 변호사는 “회사 쪽 용역들이 노조원 해산에 직접 투입되지 않았다고 해도 ‘집행관-회사 용역-경찰’이 함께 농성 노조원들을 압박하며 강제 해산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따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노조 쪽 변영철 변호사는 “회사 쪽 용역들이 노조원 해산에 직접 투입되지 않았다고 해도 ‘집행관-회사 용역-경찰’이 함께 농성 노조원들을 압박하며 강제 해산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따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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