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sung workers who petitioned to form a union submit an establishment notice for the union, July 13
(Photo by Ryu Woo-jong)
삼성노조 가시밭길 예고
과거 노조설립 시도들 번번이 와해작전에 밀려
기존의 어용노조와 교섭창구 협상 숙제로
과거 노조설립 시도들 번번이 와해작전에 밀려
기존의 어용노조와 교섭창구 협상 숙제로
삼성에버랜드 직원 4명으로 이뤄진 삼성노동조합이 13일 노조설립 신고를 함으로써 삼성그룹에 처음으로 현장 조합원이 주도하는 노조가 탄생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는 현재 9개의 노조가 있지만 삼성증권 노조를 제외하곤 대부분 ‘친기업 노조’이거나 활동이 없는 ‘유령 노조’다. 이 때문에 이달부터 시행된 기업단위 복수노조 제도는 ‘무노조 신화’를 이어온 삼성그룹엔 큰 위협이었다. 유령 노조가 있더라도 조합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노조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쪽이 예전처럼 강한 압박을 통해 노조를 와해시키려 들 것이라고 노동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노조의 지도위원을 맡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번 노조 설립 과정에서도 부위원장에 대해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일반노조는 해고자 가입 등의 이유로 법적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법외 노조’로,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운동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삼성그룹은 복수노조 금지 조항을 이용해 조합원들이 주도하는 ‘민주노조’ 설립을 막아왔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삼성조선(현 삼성중공업) 노동자 700명이 노조설립 신고를 했지만, 회사 쪽의 지원을 받은 단 7명이 만든 노조 때문에 설립신고가 반려된 적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2000년 5월 삼성에스원, 2003년 9월엔 삼성플라자 노동조합의 설립도 막았다.
노조 설립을 시도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회유, 협박, 납치 등이 이뤄졌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삼성일반노조는 “2000년 삼성에스디아이(SDI), 2001년 삼성캐피탈, 2004년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 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우려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에 의해 면담을 빙자한 미행·감금·납치를 당했고, 일부는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박종태씨가 회사 게시판에 노조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 해고당하기도 했다.
이번에 출범한 삼성노조가 이런 과정을 겪고 무력화할지, 아니면 삼성이 복수노조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를 보여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첫 시험대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노조의 교섭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삼성노조가 출범하기 이전인 지난달 말 삼성에버랜드에서는 조합원 4명이 가입한 ‘친기업 노조’가 세워졌다. 노동계는 이를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을 통해 앞으로 만들어질 복수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다수의 노조가 있을 경우엔 공동교섭단을 꾸려 사쪽과 교섭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친기업 노조가 지난달 말 사쪽에 교섭 요청을 했지만, 회사는 이를 직원들에게 공고하지 않았다”며 “절차가 잘못된 만큼 새 노조를 포함해 다시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교섭 요청 사실 공고는 복수노조 상태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당시에는 노조 하나만 있었기 때문에 공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단일 노조 체제에서도 공고가 필요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만약 공고를 하지 않고 기존 노조와 교섭하고 있을 경우 새로운 노조가 생겨 교섭을 요구하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노조가 다른 삼성 계열사의 민주노조 설립을 이끌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도 물밑에서 조직화 작업을 상당한 수준까지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분명 노조 설립에 유리한 국면을 맞이했지만, 좀더 많은 인원으로 신중하고 내실있게 노조 설립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박태우 김재섭 기자 fandg@hani.co.kr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단일 노조 체제에서도 공고가 필요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만약 공고를 하지 않고 기존 노조와 교섭하고 있을 경우 새로운 노조가 생겨 교섭을 요구하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노조가 다른 삼성 계열사의 민주노조 설립을 이끌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도 물밑에서 조직화 작업을 상당한 수준까지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분명 노조 설립에 유리한 국면을 맞이했지만, 좀더 많은 인원으로 신중하고 내실있게 노조 설립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박태우 김재섭 기자 fand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