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위원들 사퇴번복 표결…파행 얼룩
“평균임금 등 감안 산정방식 정하자” 대안도
“평균임금 등 감안 산정방식 정하자” 대안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458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4320원보다 6%(260원) 인상된 액수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한때 노사 위원들이 동시에 사퇴하는 등 파행이 빚어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새벽 제13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결정했다. 시간당 최저임금 4580원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월 209시간) 사업장은 95만7220원이고, 주 44시간(월 226시간) 사업장은 103만5080원이다. 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게 될 저임금 노동자 수는 약 23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회의에는 공익 위원 8명, 사용자 쪽 위원 8명, 노동계 위원 3명 등 모두 19명이 참석했다. 참석 위원의 과반수인 12명이 공익 위원들이 낸 수정안에 찬성했고, 4명이 반대, 3명이 기권했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무시한 인상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공익 위원과 사용자 위원이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안을 날치기 처리했다”며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사퇴의 뜻을 밝혔던 사용자 위원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공익 위원들과 함께 표결에 참여한 것은 날치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회의장 안에 있던 노동계 위원 3명은 민주노총 소속으로, 회의장 입구에서 다른 위원들의 입장을 막는 과정에서 회의장에 함께 들어가게 됐다.
노사 양쪽은 지난달 3일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처음으로 협상안을 내놨다. 노동계는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절반인 시간당 5410원을 제시했다. 올해보다 1090원(25.2%) 오른 액수다. 반면 경영계는 중소·영세 사업주의 사정을 고려해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양쪽은 각각 10.8% 인상, 2.9% 인상까지 양보했으나 더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민주노총 소속 위원이 회의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한국노총 쪽 위원과 경영계 위원들도 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대립과 파행으로 얼룩진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계기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협상 때마다 노사의 힘겨루기로 회의가 파행을 겪는가 하면, 공익 위원들의 기계적 중재를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전년도 노동자 평균임금의 일정 비율을 이듬해 최저임금으로 법제화하거나, 평균임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참작해 독립적인 산정방식을 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모인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공익 위원 선출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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