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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건설일용직 쥐꼬리 퇴직금조차 떼먹나

등록 2011-09-08 21:59

건설사들, 1명당 하루 4천원씩 공제회 적립 의무화
인원·근무일 축소신고 일쑤…“실태조사·처벌 필요”
건설일용노동자 문기철(가명·55)씨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일하고 있다. 문씨는 건물 안에서 배관작업을 하기 때문에 비가 와도 업무가 가능해 한 달에 평균 25~26일가량 일한다. 하지만 문씨는 얼마 전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확인한 결과, 퇴직공제금이 전혀 납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퇴직공제제도는 건설노동자가 하루 일할 때마다 해당 건설업체가 1명당 4000원씩을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내면, 나중에 건설노동자가 퇴직금 형태로 받는 제도다. 고용이 극도로 불안정한 건설노동자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1998년 도입됐다. 3억원 이상의 공공 공사나 200호 이상의 공동주택, 100억원 이상의 민간 공사는 반드시 퇴직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문씨가 일하는 건설현장은 대형 건설회사인 ㅈ사가 맡고 있으며 1400억원 규모의 공공 공사다. 문씨는 “어렵게 구한 일자리인데, 퇴직공제 얘기를 꺼내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할까봐 그냥 참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사실상 떼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민주노총 산하 건설산업연맹이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문씨가 일하는 건설현장의 경우 지난 5월 486명이 6113일, 6월에는 421명이 5334일 동안 일한 것으로 신고됐다. 한 달 평균 450여명의 노동자들이 12일 정도 일한 셈이다. 오희택 건설산업연맹 교육선전실장은 “아파트 건설현장은 공사 기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한 달 평균 12일가량만 일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문씨의 공제부금이 누락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건설회사가 신고 인원과 노동일수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또다른 건설현장(공사금액 1700억원)의 신고내역을 봐도 4월에는 652명(8232일)이 일했으나 5월에는 127명(2334일)이 일한 것으로 보고되는 등 신고 인원의 격차가 매우 크다.

건설현장의 성격상 노동자 수와 노동일수가 불안정한데다 퇴직공제의 경우 전적으로 건설업체의 신고에 의존하고 있어 축소 신고를 해도 공제회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또 공제부금을 내지 않아도 25만~100만원의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등 처벌도 미약하다. 이렇다 보니 퇴직공제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14년이나 됐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퇴직공제에 가입한 건설노동자 320만명 가운데 84%인 270만명의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의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절실하다”며 “노동일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건설현장에 퇴직공제적립카드를 만들거나 공제부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건설사에는 공사 입찰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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