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공개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 직원의 수첩에는 현대차가 하청노동자에 대한 징계와 노조 탈퇴를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금속노조 제공
협력지원팀, 12개 하청업체에 일상적으로 지시
동향 보고·노조 탈퇴서 받는 등 조합활동 개입도
금속노조 “진짜 사용자 증거” 현대차 “무관한 일”
동향 보고·노조 탈퇴서 받는 등 조합활동 개입도
금속노조 “진짜 사용자 증거” 현대차 “무관한 일”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노조 탈퇴를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힌 수첩이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충남 현대차 아산공장 ㄱ사내하청업체에서 노무관리 등을 맡고 있는 직원 ㄱ씨가 지난해 12월6일부터 올 9월5일까지 매일 각종 업무 내용을 적은 수첩을 입수해 18일 공개했다. 이 수첩에는 현대차 협력지원팀이 아산공장 산하 12개 하청업체에 노무관리와 업무 전반에 대해 지시했던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이 수첩의 내용을 보면, 원청인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하청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벌인 파업과 관련해 하청노동자의 징계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온다. ‘사장님과 협력지원팀 회의 결과’(3월9일)에는 ‘강○○, 김○○, 박○○, 안○○ - 해고, 김○○, 이○○, 연○○, 오○○- 정직 3개월’이라고 징계 내용이 언급돼 있고, ‘(현대차)협력지원팀 ㅇ대리 징계기간 확인’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징계도 이날 회의 결과대로 이뤄졌다. 특히 3월22일 메모에는 ‘징계위원회 실시해 ㅅ씨 징계기간 45일 얘기-(협력지원팀) ㅇ대리 통화 현장위원 건으로 2개월 결정’이라고 적혀 있다. 징계위원회가 이미 끝났는데도 현대차 직원의 전화 한통으로 징계기간이 45일에서 2개월로 늘어나기도 했다.
현대차는 하청노동자의 노조 탈퇴, 동향 보고 등 조합 활동에도 개입한 것으로 나온다. ‘현대차 ㄱ과장이 직접 방문 조합원 탈퇴 역량 강화 요청’(2월7일 메모)을 하고 나서 이틀 뒤, 하청업체는 ‘김아무개 조합원 탈퇴서를 현대차 협력지원팀 팩스’(2월10일)로 보냈고, 11일에는 현대차 ㄱ과장에게 “향후 노조활동 없도록 한다”는 김씨의 확답까지 받아 보고했다. 하청업체는 온양역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조합원들의 사진을 찍어 현대차에 보내기도 했다. 수첩에는 ‘온양역에서 1인 시위하는 사진 촬영. 매주 월·수·금-협력지원팀 ㅎ과장 우편 보냄(통화함)’(3월28일)이라고 적혀 있다.
ㄱ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첩은 내가 작성한 것이 맞다”며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내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 수첩은 현대차의 사내하청 업체가 유령회사에 불과하고, 현대차가 하청노동자의 진짜 사용자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정부와 검찰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김태욱 변호사도 “현대차가 하청노동자의 사용자이고, 회사가 일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라며 “현대차는 사용자의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협력업체는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수첩에 적힌 내용은) 현대차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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