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이마트 아줌마 ‘바위깨기’ 나섰다

등록 2005-07-14 08:39수정 2005-07-15 10:28

해고됐다 복직된 뒤 5일 만에 다시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고경희, 이명희, 최옥화(왼쪽부터)씨가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 수지 이마트 앞에서 항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용인/김정효 기자
해고됐다 복직된 뒤 5일 만에 다시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고경희, 이명희, 최옥화(왼쪽부터)씨가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 수지 이마트 앞에서 항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용인/김정효 기자
노조설립뒤 정직→복귀→해고→복직→계약만료
“보복성 해고” 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신청·고소
“인간을 이렇게 가지고 놀 수도 있나 싶어요”

경기 용인시 수지읍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 ‘캐셔’(계산원)인 최옥화(43) 고경희(36) 이명희(39)씨는 10일 이마트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내쫓겼다가 회사의 복직명령을 받은 지 꼭 5일 만이었다.

5일간의 행복=최씨 등이 이마트로부터 복직명령을 받은 것은 4일. 5월 9일 해고됐던 이들에게 복직명령은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그리고 하루 다음날인 5일 이마트 수지점으로 출근해 ‘캐셔복’을 입고 지하 1층 식품매장 계산대에 앉았다. ‘오랫만이야’ ‘왔네’라며 인사를 건네는 동료들의 말 한마디가 눈물겨웠다. 노조활동이 실제 이유였지만 회사 쪽이 내세운 해고 이유가 업무방해 혐의 등이었던 만큼 최씨 등은 영업이 끝난 뒤 돈을 셀 때도 단 1푼의 오차가 없게 더욱 신경을 썼다.

그러던 중 10일 ‘일과를 마치고 점장사무실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계약만료 통보서를 내밀면서 사인하라고 하더군요.” 최씨는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고 말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나요?”라며 따졌다. 하지만 “사인 안 해도 그만”이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노조 만든 게 죄인가요?=최씨 등이 연장근무를 포함해 하루 10시간을 꼬박 서서 근무하면서 받는 돈은 한 달에 대략 80여만원. 시간급으로는 3850원이다. 하지만 이 돈은 이들에게 가족 생계를 이어주는 ‘생명끈’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이씨는 남편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2003년 이마트 계산원으로 취직한 뒤 6학년 아들의 학원비와 생계를 도맡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청소 거부 사건’이 터졌다. 근무시간 외 2시간씩 계산원들에게 청소를 시키면서 불만이 늘어났다. 급기야 모든 계산원들이 청소를 거부한 채 회사에 개선을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21일 이마트 최초로 노조가 설립됐다. 50여명의 캐셔 중 23명이 조합에 가입했지만, 회사 쪽의 압력으로 곧바로 19명은 조합을 탈퇴했다. 남은 4명에 대해 회사는 1명에게는 해고, 3명에게는 3개월의 정직을 ‘명’했다.

아줌마 우습게 보지 말아요!=조합원으로 가입한 뒤 7개월 동안 이들 ‘아줌마’들은 생전 처음 험한 모습을 겪었다. 1명 해고· 3명 정직→정직자 3명 이마트 복귀→복귀자 3명 자택대기명령→대기명령자 3명 해고→해고자 3명 복직명령에 이어 이번에는 계약해지 통보가 이들 앞에 떨어졌다. 지나온 길보다 더 험한 길이 나타났다.

최씨의 고교 3학년 딸은 “회사가 되게 치사하네요”라며 엄마를 격려했다. 곁에서 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들은 “몸이 더 상하겠다”며 “차라리 그만하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들은 더이상 이전의 ‘아줌마’들이 아니었다.


고씨는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만류하지만 물이 바위에 떨어져 깨지는 경우도 봤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곧 노동부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함께 이마트를 다시 고소할 방침이다. 수지점 이마트에서 가장 먼저 해고됐던 이종란(30)씨는 “계약직 노동자의 취약점을 이용해 회사가 사실상 보복성 해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싸움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동부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13일 최씨 등이 신세계 이마트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고소 및 진정사건에 대해 “신세계 이마트 대표 구학서 외 5명에 대해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혐의로 수원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