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진중 사태 해결 바라보는 쌍용차 해고자들은…
“희망버스가 이젠 쌍용차로 핸들 돌릴 시점”
“희망버스가 이젠 쌍용차로 핸들 돌릴 시점”
노동자들이 눈물을 쏟으며 떠나간 자리에는 “다시 공장에 다니고 싶다”는 펼침막이 나부꼈다. 공장 앞 상가에 둥지를 튼 노조 사무실 앞에는 “약속 이행”이라고 쓰인 팻말이 서 있었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김진숙(51)씨가 정리해고 철회 촉구 고공농성 309일 만에 내려온 지난 10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만난 쌍용차 해고노동자 장영규씨는 “누가 이제 열여덟번째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2009년 8월 쌍용차 노사 타협 이후 삶의 막장에 내몰린 해고자, 희망퇴직자 등이 스스로 또는 사고로 목숨을 잇따라 잃는 현실을 두고 한 탄식이다.
15년 땀흘리던 직장을 떠나야 했던 장씨는 공단 주변을 청소하는 공공근로자가 됐다. “아내에게 ‘억울해서라도 딱 3년만 복직투쟁을 해보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을 했지만, 벌써 2년 반이 흘렀다”며 “수천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누군가 되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쌍용차 노사는 2009년 77일간 격렬한 공장 점거농성 파업 사태를 겪었다. 회사 쪽이 총인원의 36%인 2646명을 정리해고하려 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94명에 견주면 무려 28배 많은 이들이 해고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과 ‘제2의 용산 참사’ 우려 속에 노사는 2009년 8월8일 이른바 ‘노사 대타협’에 이르렀다. 마지막까지 반발한 정리해고 대상자 974명 가운데 461명(47%)은 무급휴직자로 1년 뒤 복직시키고, 나머지는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이었다.
1년 뒤 무급휴직자 복직 약속은, 그러나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회사 쪽 이유로 지금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쌍용차에서 등 떠밀린 노동자들을 이끄는 노조 지도부도 답답하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 김득중씨의 명함 뒷면에는 ‘쌍용자동차지부 재정사업 전국 참 대리운전’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해고된 그도 대리운전에 기대는 것이다. 실업급여는 이미 끊겼고, 금속노조가 지원하던 투쟁기금도 바닥났다. 생계 때문에 노조를 떠난 이도 적지 않다.
김씨는 “파업 77일의 유일한 결실이라 할 무급휴직자의 복직 문제조차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을 보면, 기업이 얼마나 비윤리적인지를 알 수 있다”며 “투자했다가 자본과 기술력만 챙겨간 ‘먹튀 외국자본’ 때문에 불거진 쌍용차 문제는 이제라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노조 간부들은 “희망버스가 이제 쌍용차로 핸들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형근 조직실장은 “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쌍용차 사태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없이는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급휴직자’들의 복직 및 임금지급 소송 대표 노동자인 이성호씨는 “올해 봄 고통을 이기지 못한 한 명의 동지가 자살해 소송인 수가 248명으로 줄었다”며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집에서 나오지 않는 동료들”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사태 이후 민형사 소송은 20여건이 진행중인데, 검찰은 파업 당시 불구속했던 노조 간부 24명을 최근 불법 파업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평택/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현황
노조 간부들은 “희망버스가 이제 쌍용차로 핸들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형근 조직실장은 “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쌍용차 사태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없이는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급휴직자’들의 복직 및 임금지급 소송 대표 노동자인 이성호씨는 “올해 봄 고통을 이기지 못한 한 명의 동지가 자살해 소송인 수가 248명으로 줄었다”며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집에서 나오지 않는 동료들”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사태 이후 민형사 소송은 20여건이 진행중인데, 검찰은 파업 당시 불구속했던 노조 간부 24명을 최근 불법 파업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평택/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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