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64% 실리 내세운 ‘새 노조’로…생존 위기감 반영
교섭권 등 진통 예고…해고자들 “복직합의 불이행 우려”
교섭권 등 진통 예고…해고자들 “복직합의 불이행 우려”
전국의 시민과 노동자들이 참여한 희망버스의 응원을 받아 지난해 11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극적인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던 한진중공업 노조가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새로 설립된 실리 성향의 노조로, 기존 노조 소속 노동자들 다수가 옮겨갔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설립된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기존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소속 노조원 797명(정리해고자 94명 포함) 가운데 513명(64.3%)이 금속노조 탈퇴서를 금속노조에 보냈다고 31일 밝혔다. 기존 노조에는 284명(35.6%)만 잔류한다. 올해 11월9일까지 복귀할 예정인 정리해고자 94명을 빼면, 생산직 노조원들은 190명으로 줄어든다.
새 노조가 20일 만에 노조원 과반이 가입한 다수 노조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10일 노사 합의 뒤에도 임금·단체교섭이 진척되지 않아 3년째 임금이 동결되는 등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은 것에 노조원들이 실망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기간 선박 수주가 없어 지난해 12월부터 400여명이 6개월 동안 집단 휴업에 들어가는 등 일자리 불안에 따른 절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 노조는 기존 노조에 교섭권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기존 노조가 2013년 7월까지 교섭권을 쥐고 있다. 김상욱 노조 위원장은 “교섭권을 넘기지 않으면 3년 동안 임금이 동결되고 장기 휴업으로 고통받는 노조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관계자는 “새 노조에 교섭권을 넘길 뜻이 없다”고 말해 진통이 예상된다.
생산직 노동자들이 새 노조로 몰려가자 정리해고자들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새 노조는 정리해고자에겐 가입 자격을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리해고자 94명을 노사 합의일(지난해 11월10일)로부터 1년 안에 복직시킨다’는 노사 합의안을 회사가 파기할 경우 새 노조가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한 정리해고 노동자는 “새 노조가 정리해고자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볼 때 진정으로 정리해고자들과 함께 싸울지 의심된다”며 “정리해고를 막으려고 지난 3년에 걸쳐 싸운 것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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