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도 막아버린 공장에서 기타를 만들기만 하던 콜트·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이 2011년 12월28일 서울 홍익대 앞 클럽 ‘빵’에서 첫 공연을 했다. 이날 연주는 눈물과 함께 흘렀다. 기선님 제공
사실상 같은 정리해고 구제신청 소송에 콜트-콜텍 정반대 결과
송경동 시인 “5년이나 같이 싸워왔는데…납득할 수 없는 판결”
송경동 시인 “5년이나 같이 싸워왔는데…납득할 수 없는 판결”
정리해고 이후 5년의 모진 세월을 견뎌왔건만, 판결문이 나오기까지 34분이 오히려 더 길게 느껴지는 듯했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1호 법정에서 대법원의 판결문을 노심초사 기다리던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콜텍노조 지회장 등 해고노동자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초조함이 교차했다.
대법원은 사실상 같은 사건에 대해 오전과 오후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아 관련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기타를 만드는 콜트와 콜텍은 사용자가 같은 사실상 하나의 회사인데 법인이 달라 사건이 둘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콜트. 34분간 다른 100여건의 판결을 내린 뒤 대법관의 입에서 드디어 콜트 해고자들이 제기한 정리해고 구제신청 행정심판 상고심 판결이 나왔다. 대법관이 “(주)콜트가 상고한 사건을 기각한다”는 짤막한 판결문을 낭독하는 순간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짧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사업주는 지난 2007년 8월30일 “경영위기와 노사 갈등”을 이유로 부평의 콜트 공장(일렉트릭 기타 생산)과 대전의 콜텍 공장(어코스틱 기타 생산)을 폐업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날 콜트 사건 판결은 원고의 손을 들어준 고등법원의 판결(2009년8월)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정리해고에 필요한 긴급한 경영상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의 심판이 내려진 것이다. 노조쪽의 자료를 보면, 부평 콜트 공장의 경우 회사쪽이 정리해고 수순에 들어간 2006년에 8억5천만원의 적자를 제외하고 92년 이후 폐업 때까지 해마다 3억~37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1997부터 2005년까지 누적흑자만 191억원을 기록했다.
“박용호 사장이 회사가 인도네시아와 중국 공장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노조활동을 무력화한 뒤 다시 공장을 열기 위한 위장폐쇄한 것”이라는 콜트 노조쪽의 주장이 법의 심판에서 대부분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4시간 뒤 대법원은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제기한 같은 행정소송 상고심에 대해 노조 패소판결을 내리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고법에서 나란히 승소한 사안에 대해 오전과 오후에 정반대의 심판을 내린 것이다. 오전 승소판결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노조원들은 엇갈린 판결에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콜텍 공장의 경우도 1992년 설립 이후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폐업 때까지 매년 67억5천만원~115억원의 당기순이익 행진을 거둬 누적 흑자만 1996년부터 2007년까지 878억원에 달했다. 방 지회장은 엇갈린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콜텍의 경우 콜트와 달리 중앙노동위에서 패소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콜트·콜텍 노조는 행송소송에서 최종 승소해도 회사 쪽이 국내 공장폐업을 이유로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민사소송에서도 2009년 9월 고법이 노조 승소판결을 내려 현재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다. 이번 판결은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앞서 해고노동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방지회장을 얼싸안은 채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콜트 해고노동자인 이명숙(53)씨는 “지난 5년동안 방 회장을 비롯해 해고노동자들이 너무 고생했는데 이겨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기자의 휴대폰에 “기다리고 기다린 시간이건만 마음이 꽁딱 꽁탁 관심부탁”에 문자를 보내 법의 심판에 노심초사하던 방 지회장은 제1호 법정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목이 메이는듯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콜트·콜텍노조가 정리해고 반대싸움을 시작한 지 1848일, 고법판결에서 승소한 지 2년7개월만에 온전하게 누리는 승리의 감격은 그만큼 벅찬듯했다.
방 지회장은 “박영호 사장과 25년동안 같이 했기 때문에 그의 성격을 잘 안다”면서 “일반적인 경영자라면 고법판결에서 패소하면 노조원들과 타협할텐데 그는 상고를 하는 등 끝까지 노조원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사장은 자본금 2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기업으로 키우고 본인도 1000억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회사가 어렵다며 공장을 위장폐업했다”고 비난했다.
방 지회장은 해고 이후 생계를 간병인을 하는 부인에게 맡긴 채 흔들리지 않고 지난 5년간 노조를 이끌어왔다. 그는 “그동안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은 부인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으로서는 최장기간인 5년간의 장기투쟁 초기인 2007년 12월11일 몸에 인화성 물질을 끼얹고 분신자살을 기도한 이동호 콜트 노조 사무장은 부모의 만류에도 끝까지 투쟁의 중심에 서왔다. 이인근 콜텍 노조 지회장은 목숨을 건 송전탑 고공농성과 단식농성을 이끌며 이제는 스스로 기타까지 배워 노조원 밴드를 이끌며 희망을 노래해왔다.
시와 언론 기고문을 통해 오랫동안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를 지원해오며 이날 판결을 지켜본 송경동 시인은 오전 판결에 “당연한 판결”이라며 기뻐하다 오후에 정반대 판결이 나오자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시인은 “같은 사건으로 5년간 같이 싸워온 사안에 대해 오전에는 부당해고, 오후에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하며 “대법원 위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시인은 “명백한 부당해고이기 때문에 고법에서 다시 재판해서 바로 잡혀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70%의 승리는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용자에게만 유리한 정리해고법 철폐로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주들이 명백한 사유 없는 부당해고를 일삼는 것이 대법원에서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진중, 콜트·콜텍 사태에서도 확인됐듯이 경영진들이 정리해고법 악용해서 긴급한 해고 사안이 없어도 부당해고는 일상적으로 이뤄왔다. 다시는 우리 사회의 평범한 이웃과 노동자의 아픔이 없도록 정리해고 법안 자체의 전면적 폐기해 우리 사회가 골고루 나눠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송 시인은 2008년 이인근 콜텍 노조 지회장이 15만4천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40여미터의 송전탑에서 목숨을 담보한 고공농성 등을 벌인 것을 계기로 뜻을 같이하는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지원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동안 문화연대의 문화예술인들이 6번의 해외원정 투쟁을 통해 전세계 뮤지션과 악기상들에게 기타제조 노동자들의 사연들을 알려왔습니다. 또한 매달 마지막 수요일 홍대 앞 클럽 ‘빵’에서 콘서트와 록페스티벌 등 다양한 활동하고 최근에는 콜텍 노동자들이 기타연주를 배워 콜밴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자신들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번 엇갈린 판결의 뒤안길에는 회사쪽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극한의 최저생활을 하면서도 희망을 끊을 놓치 않았던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46명의 땀과 눈물이 서려있다. 그리고 완전한 기쁨을 누리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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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텍 공장의 경우도 1992년 설립 이후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폐업 때까지 매년 67억5천만원~115억원의 당기순이익 행진을 거둬 누적 흑자만 1996년부터 2007년까지 878억원에 달했다. 방 지회장은 엇갈린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콜텍의 경우 콜트와 달리 중앙노동위에서 패소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23일 대법원 승소판결 소식에 환호하는 콜트 노조원들. 사진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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