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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쌍용차 범국민 추모대회, “살아서 공장으로 돌아가자”

등록 2012-04-22 14:16수정 2012-04-22 19:11

쌍용자동차 희생자 범국민 추모위원회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마련한 ‘희망텐트 4차 포위의 날’ 행사에 참가한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시민, 학생 등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찰이 시위자의 얼굴에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평택/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쌍용자동차 희생자 범국민 추모위원회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마련한 ‘희망텐트 4차 포위의 날’ 행사에 참가한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시민, 학생 등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찰이 시위자의 얼굴에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평택/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고 장소를 이탈시 공권력을 투입해 체포하겠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5시15분께 경기 평택역 광장을 떠나 도착한 꽃상여가 불에 타는 가운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100여명이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공장 정문을 20겹으로 에워싼 경찰은 체포 위협 방송을 계속 내보냈고, 진입을 시도하는 이들의 함성과 비명은 경찰이 쏘는 최루액과 뒤섞여 눈물 범벅이 됐다. 맨 앞에서 서있던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 권지영 대표는 “막아서도 들어가보려고요…”라고 말했다.

이날 쌍용차에서 정리해고 이후 숨진 22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쌍용자동차 희생자 범국민추모대회’ 및 ‘쌍용자동차 4차 포위의 날’ 행사는 굵은 빗줄기와 강한 바람 속에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각계 인사들과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 학생 등도 참여했다.

지난 2009년 이른바 쌍용차 노사 대합의로 77일간의 ‘죽음 같은’ 공장 파업을 끝내고 이 문을 통해 걸어나왔던 노동자 중 22명이 불과 3년도 안돼 싸늘한 주검이 되어 공장 앞에 놓였다. 범국민대회 단상 앞에는 이들 숨진 22명의 노동자들의 영정 사진과 관들이 놓였다. 그 위로 뿌려진 하얀 국화 꽃송이들이 차가운 봄비에 젖어갔다.

본 행사에 앞서 숨진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가 열렸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 ’ 사무총장인 일감 스님과 봉녕사 비구니 스님 등 모두 13명의 스님들이 원혼들을 위로했다.

일감 스님은 발원문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로 스물두분의 소중한 생명이 유명을 달리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는지, 깊은 참회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자탄했다. 일감 스님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소유욕에 휩싸여 생명보다 돈을 더 귀중하게 여기는 물신주의, 이기주의가 판 치고 있다”며 “쌍용차 문제는 우리가 짓밟힌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지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도재 직후 상복을 입은채 연단 위에 오른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전쟁 같은 파업을 온 몸으로 겪었는데 이제 그 전쟁을 다시 하고 싶다”며 “죽을 각오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다시 그 전쟁터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단 앞 도로 좌우에는 ‘죽지말고 살아서 공장으로 돌아가자’라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연단 아래에서 만난 스리랑카 출신의 이주노동자 가순(30)은 한국에 온 지 7년째. 선반밀링가공업체에서 일했지만 체불임금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그는 “미디어를 통해 쌍용차 사태를 잘 알고 있다”며 “이명박 진짜 나쁜 사람이에요.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데 책임을 져야죠”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용산참사 유가족 4명이 나서 쌍용차 유가족들에게 힘을 내라고 호소했다.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는 “살자고, 살아보자고 망루에 올라간지 하루도 안돼 처참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며 “그 때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진압에 나섰던 김석기는 국회의원이 되려고 총선 출마도 하는데 지금까지 남편이 어떻게 죽었는지 밝혀진게 없다”고 말했다.

사회 각계와 정당을 대표해 나선 이들은 19대 새국회에서 쌍용차 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결 주문과 이에 대한 약속을 내놓았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이렇게 원통하고 억울한데 어찌 비가 오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아스팔트 위에 놓인 영정사진들은 우리들과 노동자들의 영정사진이며 우리 자신들의 관”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패배했다고 낙심한다. 그러나 140명의 야당 의원들이 저마다 쌍용차 노동자 마음이라면 못할게 뭐가 있냐”며 19대 새국회가 쌍용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의장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희생은 ‘한국의 국가와 자본이 폭력적, 천민적 얼굴을 벗어던지고 인간적 얼굴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겼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구조적 학살을 자행한 엠비와 보수정권은 성형한 얼굴로 나타났고 거기에 또 넘어갔지만 실망하지 말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한 사업장에서 22명의 팔팔한 인생이 절망 끝에 숨져갔지만 용산 참사의 주범 김석기가 총선에 나오고 쌍용차 폭력 진압의 주범인 경찰청장 조현오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22명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은 우리의 연대의 힘의 약했기 때문”이라고 사회적 연대를 호소했다.

민주통합당 문성근 대표대행과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안효상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정치권을 대표해 19대 국회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문 대표는 “22명의 노동자가 숨져도 일언반구 없는 폭력정권을 끝내려했으나 의회 권력 교체에 실패한 것에 대해 어떤 질책도 받겠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무도한 정권을 끝장 내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작업복 대신 상복이 일상화된 쌍용차의 문제해결을 못하고는 노동의 희망도, 민주주의 희망도 말할 수 없다”며 “19대 국회에서 쌍용차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1순위에 두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올해 총파업 투쟁을 통해 쌍용차 문제 해결을 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는 6∼7월 쌍용차 노동자 살인 중지와 언론노조 파업 해결, 케이티엑스(KTX) 민영화 중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대 국회 개원 뒤 100일 안에 `가족행복 5대약속‘을 약속한 만큼 오는 9월8일까지 그 결과를 지켜보고 쌍용차 문제 해결 등에 적극적인 해법이 없을 경우 노동계 전면 총파업으로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범국민대회는 ‘코오롱 정리해고 투쟁위원회’ 최일배 위원장과 ‘학습지 노조 재능교육지부’ 유명자 지부장이 ‘쌍용자동차 희생자 범국민추모대회 선언문’ 낭독으로 마쳤다.

이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고 물었다. 이들은 “전사회적 연대와 투쟁의 기운에서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숨진 22명의 영령에게 하는 우리들의 사회적 약속”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나설 것과 △5월10일 사회 각계 각층 대표들의 대통령 면담 제안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5월19일 범국민대회를 준비해 전사회적 연대와 투쟁으로 더 이상의 노동자 죽음을 막고 쌍용차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아내 설경애(40)씨는 해고 노동자인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3년간 공장 밖에서 치열하게 공장 복귀 투쟁에 힘을 보탰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쪽과 대화가 있었으면 좋겠요. 그러면 희망이라도 있지 않겠어요. 정말 이젠 더 죽지 말고 살아서들 공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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