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은 노조비난…노쪽은 고립된 파업
교섭중단 계속땐 양쪽 모두 타격 클듯
교섭중단 계속땐 양쪽 모두 타격 클듯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이 10일을 넘기고 있으나, 노사 모두 교섭을 중단한 채 ‘제살깎기’식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쪽은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지렛대 삼아 노조 비난에만 골몰하는 모습이고, 노조는 악화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종도와 속리산 등을 옮겨다니며 고립된 파업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노사는 전날에 이어 26일에도 교섭에 나서지 않았다. 앞으로의 교섭 일정도 잡지 않았다. 이날도 국내선의 결항이 잇따라, 17일 파업 돌입 이후 26일까지 결항 편수는 국내선 779편, 화물 노선 35편, 국제선 4편으로 집계됐다.
이런 교섭 실종은 회사 쪽이 파업에 대한 비난여론에만 의지하고, 노조 쪽은 승객을 볼모로 잡는 배짱 싸움 때문이라고 정부와 노동계는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파업에 따른 매출액 손실이 305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쪽은 파업에 따른 운항 중단 노선이 대부분 적자 노선인 국내선이라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파업에 따른 신인도 하락을 무시한다면 겉으론 ‘울상’이면서도 속으론 ‘미소’를 짓고 있는 셈이다. 현 수준의 파업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대목이다.
노조는 △비행시간 연간 1천시간 제한 △정년 연장 등 13개 안을 노조의 기본원칙으로 내세우며, 이를 제외한 상당 부분은 양보가 가능하다고 거듭 밝혔다. 반면 회사 쪽은 협상재개의 조건으로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노조의 18개 안의 일괄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쪽의 핵심요구 13개 사항과 겹치는 항목은 ‘자격심의위원회(12명) 중 노조 위원 3명 의결권 인정’ 등 3개 항목에 불과해, 사쪽이 협상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노동부 당국자도 “회사 쪽이 대언론 홍보전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사쪽의 협상 태도나 국내선 결항 수준으론 긴급조정권 발동은 고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쪽 역시 교섭 초기부터 △숙박 호텔 골프채 비치 △탑승 전 약물검사 폐지 등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든 요구조건을 내놓았다가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뒤 고립된 파업 투쟁을 거듭하고 있다. 또 사쪽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일부 복지 관련 요구에 대해 “부차적 요구”라고 밝히면서도, 사쪽과의 교섭 재개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은 외면하고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부차적 요구들은 과감히 정리한 뒤 사쪽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적극적인 교섭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 노조 부대변인은 “솔직히 사쪽의 여론전에 밀려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여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한 사쪽이 방송토론조차 거부해, 파업 이외엔 맞설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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