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노동자 자살 부른 한진중 158억 소송, 불법 ‘노조 옥죄기’ 논란

등록 2012-12-24 20:09수정 2012-12-24 21:44

노조 탄압 등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최강서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 23일 찾아온 조문객이 장례식장 벽에 기댄 채 울음을 참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조 탄압 등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최강서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 23일 찾아온 조문객이 장례식장 벽에 기댄 채 울음을 참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회사, 지난해 1월 51억 손배소
작업 지체 이유 103억 더해
넉달새 청구액 158억으로 늘려

노조 “노동위 조정 거친
합법파업에 책임묻기 안돼
온건 새 노조에 힘싣기 의혹”
노조 탄압 등에 항의하며 지난 21일 목숨을 끊은 최강서(35)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이 유서에서 회사에 ‘노조를 상대로 낸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하라’고 촉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사 합의에 이르고도 거액의 손해배상 요구를 접지 않은 한진중공업 쪽 처사를 두고 ‘노조 옥죄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4일 한진중공업이 한진중공업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서를 보면, 회사 쪽이 지난해 1월26일 ‘파업으로 빚어진 재산 손실을 변상하라’며 노조에 요구한 금액은 51억원이었다. 이어 지난해 5월 청구액을 158억원으로 늘렸다. 이는 한진중공업 노조 조합원 230여명의 1년치 조합비가 1억여원인 점에 비춰 그 158년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회사 쪽은 “회사 안에서 작업중이던 선박을 다른 회사로 옮겨야 했고 선박을 선주한테 넘기기로 한 기한을 넘겨 지체보상금 103억원을 무는 등 물적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쳤고, 임금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가운데 정리해고를 강행하면서 파업이 장기화한 것이어서 합법 파업이었다. 파업 때문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는 재산 피해를 모두 노조에 떠넘기려는 처사”라고 반박한다. 회사 쪽은 “정리해고는 교섭의 대상이 아니므로 노조가 벌인 파업은 불법이다”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11월 노사 합의에 동의하고도 소송을 아직도 끌어가는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주도했던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올해 1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앞세우는 새 노조에 힘을 실어주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이런 태도는 현대자동차가 노사 합의 뒤 보인 태도와도 딴판이다. 1987년 노조 설립 뒤 임금·단체교섭 등으로 파업이 잦았던 현대차는 회사 쪽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도 협상이 타결되면 민·형사소송을 취하했다. 윤한섭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기획실장은 “현대차 노조 25년 역사상 노사 합의 뒤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노조 상대의 소송까지 포기하면 노조가 다시 파업에 나설 경우 회사 쪽에 대항수단이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노조에 대한 불신을 아직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회사 쪽은 지난해 11월 노사가 합의한 ‘노조 상대 소송의 최소화’ 약속은 아직은 지키지 않고 있다. 노사 합의 뒤 노조 간부 11명을 상대로 한 소송은 취하하면서도, 노조를 상대로 한 소송액은 한푼도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성호 한진중공업지회 부지회장은 “노사 합의서 작성 뒤 1년이 넘도록 소송액을 낮추지 않은 것은 노사 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다”고 말했다. 노조 쪽 대리인인 정재성 변호사는 “회사 쪽이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를 최소화하지 않는 것은 노조 파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숨진 지 나흘째인 24일에도 최씨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는 유족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등이 꾸린 대책위는 저녁 7시30분 영하의 추위 속에서 추모집회를 열었다. 회사 쪽은 25일까지 휴무 조처를 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