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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자 떠난 자리, 쓸쓸한 ‘성탄절 눈물’

등록 2012-12-25 20:31수정 2012-12-25 21:47

노조 탄압 등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최강서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 지난 23일 찾아온 조문객이 장례식장 벽에 기댄 채 울음을 참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조 탄압 등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최강서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 지난 23일 찾아온 조문객이 장례식장 벽에 기댄 채 울음을 참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진중 노조간부 최강서씨 빈소
아침부터 동료들 나와 영정 지켜
회사쪽은 끝내 교섭 요청 없고
경찰 출석요구서 소문만 돌아
‘민주노조 사수’ 등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고 최강서(35)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은 25일 성탄절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동료들이 나와 영정을 지키며 고인의 넋을 달랬다. 한때 그의 꿈과 희망의 터전이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도 분향소가 차려졌다.

이날 박영선 의원 등 민주통합당 의원 8명이 빈소를 찾았지만, 추모객들의 발길은 성탄 전날인 24일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구민장례식장에서 걸어서 10여분 걸리는 남포동 번화가가 성탄절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소 쓸쓸함이 느껴지는 빈소는 고인의 뜻을 잇고자 하는 동료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2001년 고인과 함께 한진중공업에 취업한 이재중(40)씨는 날마다 빈소를 찾아 추모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일감이 없어 휴직중인 이씨는 “입사 동기였지만 형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하던 강서가 유서에 남긴 외침이 생각나서 가족들을 뒤로하고 빈소로 나왔다”고 말했다.

21일부터 빈소 앞에서 방명록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훈(33)씨는 “형이 고민을 잘 받아줬어요. 성격도 활발해서 선·후배들을 잘 챙겼어요. 형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항상 열성적으로 노조활동을 했던 형을 생각하면 영정을 볼 면목이 없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동료들은 최씨가 숨진 지 닷새째가 지나가는데도 회사가 노조에 교섭을 요청하지 않은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문철상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은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 최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명확한데도 아직까지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을 요청하지 않는 것은 기본 도리가 아니다. 회사는 소송을 철회하고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하며 유족 보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빈소 주변은 일부 노조 간부들이 경찰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아 뒤숭숭했다. 한진중공업지회 관계자는 “출석요구서를 누가 받았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만약 경찰이 고인이 숨진 뒤 출석요구서를 보냈다면 노조 탄압을 위한 것으로 간주하고 엄중 항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분향소가 차려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은 살풍경이 펼쳐졌다. 회사 쪽은 신관과 정문의 출입문에 쇠창살과 철문을 추가로 설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노조는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닷새째 추모집회를 열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이날 회사 쪽에 “26일 오전 10시30분에 교섭을 하자”고 공문을 보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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