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산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의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2000여명이 집회를 마친 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근처 도로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철회” 등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제공
“한진중공업 사쪽이 한쪽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 간부의 극단적 선택을 불러왔다고 봅니다. 복수노조 시대에 맞게 두 노조를 모두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이었던 최강서(35)씨가 목숨을 끊은 이후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던 새 노조 조합원들이 최근 <한겨레> 기자를 만나 속마음을 털어놨다. 기존 노조 간부인 최씨를 힘들게 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장기 파업과 생활고에 지친 조합원들의 ‘이탈’이었다. 올해 초 ‘대화를 통한 해결’을 중요시하는 새 노조가 출범한 뒤로 금속노조 소속이던 한진중공업 노조에서 570여명의 조합원이 새 노조로 옮겨갔다.
지난 27일 오후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특수선 작업장에서 일을 마친 새 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회사 쪽이 한쪽 노조만 파트너로 인정하려고 했기 때문에 노조 간부의 자살을 불러와 또다시 장기 농성이 재연되고 있다. 새달 18일 1심 선고를 앞둔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철회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특수선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기존 노조가 공장 앞에 왜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지 회사는 고려해야 한다. 회사가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서 실제로 배상금을 받아내기 어려운데도 소송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강성 노조를 고립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리해고를 당했다가 복직한 정아무개씨는 “어제까지 동지였던 동료가 목숨을 끊으면서 작업장 분위기가 살얼음이다. 이런 상태라면 회사가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정상적인 조업이 힘들다. 회사가 먼저 화합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도조선소 정문 맞은편의 새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집행부 간부들도 회사의 ‘밀어붙이기 소송’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한 노조 간부는 “복수노조가 법으로 허용됐는데 소송까지 걸면서 노조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노조가 같은 사업장에서 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노선 투쟁’ 등으로 감정의 골이 아직 깊은 탓이다. 새 노조의 한 간부는 “천막농성이 계속되면 수주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존 노조는 농성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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