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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김경숙 의문사 26년만에 풀릴까

등록 2005-08-11 19:08수정 2005-08-11 19:21

김경숙 의문사 26년만에 풀릴까
김경숙 의문사 26년만에 풀릴까
1979년 8월11일 ‘YH농성사건’ 폭력진압 끝에 주검으로 발견
민노당 최순영 의원 등, 경찰 과거사위에 규명신청키로

꼭 26년 전인 1979년 8월11일. 당시 제1야당인 신민당사에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직장폐쇄와 노조 탄압에 맞선 187명의 어린 여공들이 있었다. 한 개에 5원짜리 풀빵 6개로 세 끼를 때우며 하루 16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은 국내 최대의 가발업체 와이에이치(YH)무역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회사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고 노동자 수백명을 해고한 뒤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선언한 사업주와 이를 방관한 정부에 항의하고 문제를 사회에 알리기 위해 신민당사로 향한 것이다.

그러나 정권은 이날 새벽 2시 ‘작전 101호’로 명명된 폭력진압을 통해 이들을 해산시켰다. 자동차 경음기 소리를 신호로 들이닥친 경찰 2천여명은 신민당 의원들과 취재기자, 노동자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렀고 작전은 23분 만에 끝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22살의 한 여성 노동자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가 바로 김경숙이다.

신민당사에서 농성중인 와에이치무역 노조원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제공
신민당사에서 농성중인 와에이치무역 노조원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제공


경찰은 김씨 사망원인에 대해 세차례나 말을 바꿨다. 처음에는 “4층에서 떨어지는 것을 경찰이 받았다”고 했다가 다시 “동맥을 끊은 뒤 투신해 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했다”고 번복했다. 그 뒤 최종적으로 “동맥 절단 뒤 4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부검 결과 김씨의 손목 상처는 동맥이 있는 부분보다 훨씬 아래쪽에 좌우가 아닌 수직으로 나 있어 자살의 흔적으로 볼 수 없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에서 나타난 흉부출혈, 타박상 등은 추락과는 관계없는 상처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과 몇몇 유족만이 입회한 가운데 화장터에서 재로 변했다.

김씨의 희생은 노동자 지위 향상과 민주화를 앞당긴 대표적 사건이자, 이후 일어난 부마항쟁과 더불어 박정희 유신정권 몰락의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유신을 몰아낸 여공’ 김씨의 사인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당시 사망 추정시간이 진압작전 개시 30분 전인 새벽 1시30분이라고 검안의사의 소견을 전했지만, 이 의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소견을 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당시 사망시각을 추정할 만한 의료지식은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김씨 동료 등은 진압작전 과정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왼쪽부터) 기동경찰에 의해 신민당사에서 끌려나오는 노조원들. 사복경찰관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오는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보도사진연감
(왼쪽부터) 기동경찰에 의해 신민당사에서 끌려나오는 노조원들. 사복경찰관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오는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보도사진연감


김씨 26주기를 계기로 1970년대 노동·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의문에 묻힌 그의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11일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열린 ‘고 김경숙 열사 제26주기 추도식’에서 “김경숙의 죽음은 자본과 독재권력이 저지른 무차별적 노동자 탄압의 아픈 결과물”이라며 “26년 동안 묻혀 있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리가 김씨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전태일기념사업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등과 함께 다음달 중으로 ‘김경숙 열사 의문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를 출범시키고, 경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문사 규명 신청을 하기로 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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