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소속지회에 공동교섭 제안
“최강서씨 장례·추모사업도 협의하자”
조남호 회장, 집 주변 시위금지 요청
“최강서씨 장례·추모사업도 협의하자”
조남호 회장, 집 주변 시위금지 요청
지난달 21일 손해배상청구소송 중단 등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강서(36)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죽음을 두고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진중공업 노사가 곧 교섭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의 죽음에 침묵하던 새노조(한진중공업노동조합)가 한진중공업지회와 공동 교섭단을 꾸려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 소속의 한진중공업지회에서 떨어져 나와 지난해 1월 출범한 새노조는 14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연 뒤 성명을 내어 “회사 쪽이 한진중공업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158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회사 쪽과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노조는 한진중공업지회 쪽에 “공동 협상 대표단을 꾸려 손해배상청구소송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분향소 설치와 운영, 장례위원회 공동 구성, 추모사업 추진 등도 함께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새노조는 최씨 죽음 24일 만에 회사 쪽과 교섭에 나선 이유에 대해 “최씨가 경쟁관계에 있는 한진중공업지회 소속이어서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최 열사의 장례가 계속 연기되면 수주활동이 또다시 물거품이 돼서 회복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정치권과 외부단체의 개입에 의한 해결 방식은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지회가 새노조의 공동 교섭 제안을 받아들이면 곧 두 노조와 회사의 교섭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이 더 많은 새노조에 교섭권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한진중공업지회의 세차례 교섭 요구를 거부했던 회사 쪽의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10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자신의 집 주변에 차해도 지회장 등 한진중공업지회 소속 노조 간부 40명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해달라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입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했다. 조 회장은 신청서에서 “차 지회장 등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으로부터 반지름 500m 안의 장소에서 주거나 사생활 방해 목적으로 2명 이상 출입해 ‘조남호 구속’ 등의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행위 등을 금지시켜 달라. 이를 위반하면 한차례에 100만원씩을 지급하게 해 달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지회 노조원들은 지난 7일부터 조 회장 집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건물 앞 등에서 “158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 철회” 등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대책위는 “조 회장이 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는커녕 또 금전적 압박을 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조 회장은 최강서 열사의 죽음을 모독하고 짓밟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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