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집행연기’ 호소에도 강경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노조 간부 최강서씨의 주검을 안치한 채 8일째 농성중인 노조와 회사 쪽이 6일 협상을 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경찰과 검찰이 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겠다며 강경 일변도로 대응해 노사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5일 노조 쪽에 “최씨의 주검과 함께 시위대가 회사 관리범위 밖으로 나온다면 6일 오전 영도조선소 정문 근처에서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정리해고와 노조 탄압에 항의해 목숨을 끊은 최씨의 아내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협상 일정을 잡는다면 영도조선소 안에 있는 고인의 주검을 회사 밖 정문 옆 분향소로 옮기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6일 노사는 만나지 못했다. 경찰이 문철상(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장)·김진숙(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씨 등 노조 간부 5명을 체포하려 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이들이 지난달 30일 최씨 주검과 함께 영도조선소 정문 쪽으로 가려다 경찰에 막히는 바람에 영도조선소 서문 안쪽으로 들어가자,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이 공장 밖에 나오면 곧바로 연행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노사 협상이 끝날 때까지 체포영장 집행을 미룰 것을 경찰에 요청했으나,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경찰의 노조 간부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은 신속했다. 지난 1일 회사 쪽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이들을 고소하자마자 경찰·검찰은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출석을 통보하고는 같은날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회사 쪽의 고소와 검·경의 체포영장 신청이 단 하루에 이뤄진 것이다. 경찰은 피고소인에게 통상 세 차례쯤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문 지부장 등은 ‘사태가 정리되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경찰에 통보한 점 등에 비춰 이례적이다. 법원은 이튿날 체포영장을 내줬다.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한 차례만 출석을 요구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노사 협상을 위해 체포영장 집행을 미뤄달라는 요청을 전해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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