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내 월급은 욕 먹은 값…그냥 참으라니요”

등록 2013-02-14 08:27수정 2013-02-14 16:04

금천구 저임금 여성노동 5천명 설문
청소일보다 더 힘든 콜센터
가장 열악한 환경 1위에 꼽혀
우울증·생리불순·수면장애 등
질병 발생률, 일반인보다 높지만
검진받은 사람 46.2%로 최저치
저임금 여성노동자 가운데서도 직무 환경·건강상태 등이 가장 열악한 이들이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이라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식당·청소·공장 일을 하는 이들보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더 많은 이른바 여성노동의 ‘막장’인 셈이다.

13일 서울시와 금천구가 중소업종 집약지대인 금천구의 저임금 여성노동자 5000명을 상대로 조사해 내놓은 ‘금천 여성건강관리사업 보고서’를 보면, 전화상담 업무 등에 종사하는 콜센터 여성노동자(716명)는 노동·야근시간 등 직무 환경, 우울증 유병률 등 건강 실태까지 물어본 22개 항목 중 14개 항목에서 ‘최악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콜센터 여성의 절반 이상(51.1%)이 정신건강을 해치는 ‘고위험 감정노동’에 노출돼 있었다. 10명 중 3명꼴로 우울증,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고 19.1%는 비만 상태였다. 이는 동시에 조사한 생산직(478명), 판매직(580명), 청소·식당직(기타 포함 709명), 사무직(2426명)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감정노동 고위험군 비율은 전체 평균치보다 14.6%포인트,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판매직보다도 13%포인트 높았다. 감정노동과 직무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된 우울증은 일반 여성의 2~3배 수준이었다. 흡연율(26.0%), 생리불순(20.2%)도 다른 직군과 최고 7~2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콜센터 업무 방식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콜 처리 건수에 따라 평가 등급과 임금이 갈리고, 대부분 고정된 휴식시간이 없다. 성희롱, 언어폭력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민간업체 3곳이 500명가량을 고용해 운영하는 서울시 다산콜센터의 김영아 노동조합 지부장은 “콜 처리 건수, 처리 내용에 대한 사후 평가, 업무능력 테스트를 주요 기준으로 매달 평가 등급이 다섯 가지로 매겨진다. 한 등급마다 5만원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심층면접에 응한 콜센터 여성 8명은 주로 두통, 비염, 근골격계 질환,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호소하면서 환기구, 휴게실, 연차휴가, 평가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금천구에 있는 콜센터의 여성은 “월급은 욕설을 들은 값이라며, 듣고 참으라고 한다. 일이 많을 때는 점심시간도 줄인다. 거의 다 변비가 있고, 1년쯤 다니면 5㎏씩 찐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최근 2년 사이 콜센터 여성들의 일반검진 검진율은 46.2%에 그쳤다. 유방암·자궁경부암 검진율도 각각 71%, 52%에 불과했다. 5명 중 4명(82.2%)이 스스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고, 최근 1년 동안 업무상 질병으로 결근했다는 이도 19.7%였다. 콜센터 여성의 근속기간은 2년 이내로, 전체 평균치인 3.2년보다 훨씬 짧았다.

국내 콜센터 여성노동자는 30만~50만명으로 추산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업무량과 임금이 직접 연결되는 억압적인 노동환경에서 일한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도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다산콜센터는 이번 설 연휴 동안 3만8000건가량의 민원을 처리했다. 하루 평균 100여명이 일한 결과다. 시는 다산콜센터 민간 위탁을 지속할지 여부를, 올해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사업인 ‘근로자 건강센터’를 유치해 오는 5월까지 금천구 가산디지털산업단지에 문을 열기로 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삼성X파일 폭로’ 노회찬 집유 확정…의원직 상실
청소일보다 더 힘든 콜센터…“월급은 욕 먹은 값”
독일 연구소 “북 핵실험 40kt 위력”
‘법무부서 민’ 후보들, 추천위가 걸러냈다
‘멋진’ 사진 뒤에 감춰진 불편한 이야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