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무급휴직자들은 복직했지만… 김정우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장이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들머리에서 무급휴직자 복귀를 반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철문 앞에 서서 3년7개월만에 일터로 돌아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쌍용차 공장에 복귀한 노동자는 무급휴직자와 징계해고 승소자, 징계정직자 등 모두 489명이다. 평택/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무급휴직자 등 489명 복직 첫날
“1년 뒤 복직 약속 오늘에야…
하루하루 피말리는 시간이었다”
정문선 해고자들이 복직자 맞아
활기찬 출근길에 미안함 교차
“1년 뒤 복직 약속 오늘에야…
하루하루 피말리는 시간이었다”
정문선 해고자들이 복직자 맞아
활기찬 출근길에 미안함 교차
“신입사원 때 생각이 나요. 설레는 마음에 두려움도 들고….”
5일 아침 7시40분께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쌍용차 징계해고 승소자 김아무개(45)씨는 “복귀 소식에 아내가 제일 기뻐하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해고 대상은 아니었으나 “동료들이 잘린다는데…” 하며 파업에 뛰어들었던 그가, 쌍용차 회사 로고가 선명한 웃옷을 다시 걸치기까지 3년7개월이 흘렀다.
이날 공장에 복귀한 쌍용차 노동자는 무급휴직자 454명과 징계해고 승소자 12명, 징계정직자 23명 등 모두 489명이다. 지난 1월10일 쌍용차가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쌍용차가 경영상 이유를 내세워 총인원의 36%인 2646명의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서자, 77일간의 ‘옥쇄 파업’으로 맞서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처음 복직하는 공장 앞은 활기찼다.
2009년 8월6일 ‘전쟁과도 같은 파업’을 끝내고 이들이 눈물을 뿌리며 나섰던 공장 앞 길가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가 내건 “4년의 기다림, 출근 축하합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렸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60여명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급자 동지들의 복귀로 쌍용차 공장에 활력과 생기가 넘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업 77일간의 대치가 낳은 노-노 간 상처, 노사의 임금소송, 수백억원대의 가압류, 해고자 문제는 여전하다.
무급휴직자인 최아무개(41)씨는 “당시 노조가 파업을 끝내는 조건으로 목숨처럼 지켜낸 회사 쪽의 ‘무급휴직자 1년 뒤 복직’ 약속이 이리 오래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쌍용차 출신이면 취업도 안 돼 막노동 등 10여개의 궂은일을 했던 그는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복귀한다지만, 회사를 떠났을 때 파업 노조원들에게 적개심을 보였던 공장 안 동료들과 함께 어떻게 있을지 두렵다. 그래도 4년을 버텼는데 잘 견뎌야죠”라고 말했다. 또다른 무급휴직자 이아무개(38)씨는 “국정조사를 피하려는 회사 쪽의 면피성 복직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원직 복직도 아니고 해고자들을 놔둔 채 먼저 복직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착잡해했다.
정문 앞에서 복귀자들과 반갑게 포옹하던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였다. 김 지부장은 “자본과 권력이 갈라놓은 아픔과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회계 조작과 기획부도의 진실이 밝혀져야 또다시 쌍용차 같은 참극이 없어진다”며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복귀자들은 앞으로 8주 동안 직무 및 노사문화 교육 등을 받고 현장에 재배치된다. 회사 쪽은 파업 당시인 2009년 연간 판매량 3만5000여대에서 올해는 15만여대를 목표로 잡았다. 회사 쪽은 “한진중공업처럼 복직시키고 일감이 없어 휴업하는 전철을 밟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쌍용차 곽용섭 홍보팀장은 “평택공장 직원들이 하루 11시간인 근무시간 중 잔업 3시간을 줄이는 등 일자리를 나누는 협의를 노사가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또 서울 대한문 앞 농성장에서 쌍용차 사태를 알려온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말했다. “오늘로 쌍용차에 더이상의 무급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공장 밖에는 여전히 15만4000볼트의 고압 송전탑에서 100일 넘게 농성중인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을 비롯해, 복직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200여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과 무료 노동상담을 하는 ‘평택비정규노동센터’의 남정수 소장은 “무급자 복귀는 크게 보아 정리해고자의 1단계 복귀다. 이제 남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위한 일괄적 돌파구를 찾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노사 상생의 길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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