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2~22일 관내 10개병원 조사
‘작업 중 발생’ 40건 노동부 진정
‘작업 중 발생’ 40건 노동부 진정
현대중공업에서 하청회사 소속으로 15년째 일해온 정아무개(51)씨는 2011년 6월 공장에서 작업 중 어깨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동료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병원에 갔는데, 공상으로 치료하다 결국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 회사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해고였다. 그는 산재 승인에 일곱달, 노동위 제소를 통해 부당해고 결정을 얻는 데 석달을 허비했다.
정씨는 “산재를 신청하겠다고 하면 해고로 협박해 보통 물러서는데, 내가 그렇게 강하게 반발할 줄 (회사가)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가 일하다 다쳐도 회사 쪽이 산재승인 절차를 밟는 대신 공상 처리나 개인 치료에 내맡기는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업의 경우 공식 재해율이 해외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탓에, 원·하청이 사고를 적극 은폐하려 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3월12~22일 열흘간 울산 동구의 10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산재로 보이는 개별 치료 사례 106건을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가운데 40건(5건은 미포조선 노동자)의 사고는 작업 중 발생한 사실 등을 확인한 노조는 산재가 유력하다고 보고, 원·하청의 산재 관리책임과 산재 신고 의무 준수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달라고 이날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나머지 66건에 대해선 건강보험공단에 추가 조사를 의뢰했다.
노조 쪽 조사 자료를 보면,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의 하청 노동자가 97건, 정규직이 9건이었다. 진정을 낸 40건 중엔 하청 노동자만 38건에 이르렀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에서 1990년 대비 2009년 정규직은 10%대 증가한 반면 하청 노동자는 931% 증가해, 산재 은폐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를 함께 발표한 은수미 의원실은 “정규직 노동자가 사고를 입으면, 정규직 노조가 개입해서 그 결과에 대해 근로자 대표의 확인을 받는 반면, 하청(노동자의 사고)은 노조가 인정도 받지 못해 현장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선 2004년 직원이 “회사가 산재처리 포기를 종용했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하고, 지난해에는 작업 중 사고를 입은 하청 노동자를 트럭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다 숨지는 등 산재 은폐 사건이 줄곧 이어져 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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