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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괴물이 된 변종고용 ‘불법파견’사회적 갈등 유발 임계점 넘어

등록 2013-08-22 08:21수정 2013-08-22 10:22

노동자 차별·불안 내몰리고
기업은 이윤 위해 책임 회피
MB 이후 정부도 감독 손놔
서비스·공공부문까지 ‘충돌’
올해 들어 불법파견 문제가 모든 산업 부문에서 저수지 둑이 터진 듯 분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해도 이마트·티브로드·삼성전자서비스와 같은 서비스부문, 인천국제공항공사로 대표되는 공공부문을 가리지 않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불거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가 살려면 우선 기업이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노동 유연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논리에서 이듬해 7월 도입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은 15년 만에 파국을 맞은 모양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 우선 잇따라 터져나오는 불법파견 문제는 차별과 불안을 견디다 생존·노동권의 한계수준에 내몰린 노동자의 처지를 드러낸다. 그 이면에는 이윤 극대화와 노동에 대한 책임 극소화를 위해 간접고용에 앞장선 대기업의 일그러진 얼굴이 있다. 결국 삼성처럼 노조를 죄악시해온 사업장의 노동자들마저 저항에 나선 형국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1990년대 제조업의 불법파견 패턴이 2000년대 초부터 서비스부문의 독점 기업들에도 전이된 것으로, 열악한 노동 현실이 임계점에 닿으면서 이제 그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불법 간접고용은 본질적으로 사용자를 은폐하고, 노동자를 기만하며 고립시킨다. 분열된 노동자는 노동권을 주장하기 어렵고, 결국 불법파견을 더 확산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직접고용은 파견 노동으로, 파견 노동은 불법파견·위장도급으로, 그 아래는 특수고용 형태로 다단계화했다.

이처럼 고용 형태는 결국 사용자의 책임이 소실하는 지점을 향해 꾸준히 퇴각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 산업구조는 정점에 재벌 대기업인 ‘갑’이 있고, 그 아래로 하청·재하청이 전면화된 ‘피라미드 구조’로 빠르게 바뀌었다. 변종 고용이다”라고 말했다.

셋째는 이러한 불법적 ‘변종 고용’이 법망을 피해 지능화하는 동안 국가도 이를 견제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은 시스템의 실패를 드러낸다.

2004년 현대차, 2006년 케이티엑스(KTX), 2010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한 하청노동자에게 법원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변종 고용의 종식’을 경고했으나, 기업들은 무시했다. 2004년 노동부가 8000여명에 이르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을 유죄 취지로 판정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불기소 처분하면서 기업들한테 확실한 면죄부를 줬다. 그새 기업들은 불법파견의 진화를 이뤄냈다. 피디에이(PDA)와 스마트폰 앱 같은 첨단 장비로 업무지시를 하고, 사외도급화를 통해 동일 사업장의 경계를 허물면서 직접 인사·노무관리 등을 강화했다.

2004~2006년 사내하도급 점검에서 2720개사 가운데 507곳의 법 위반을 짚은 정부는 2007~2009년 1339개 업체에서 7개 법 위반 사항만 확인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에선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탓에 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2013년 3월 현재 전체 노동자 1774만여명 가운데 814만명(46%)가량을 비정규직으로 본다. 특수고용·사내하청 등까지 포함하면 1000만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새 삼성전자는 2000년 7조4351억원의 영업이익이 2012년 18조5104억원으로, 현대자동차는 1조3132억원에서 8조4369억원으로 커졌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외국에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인데, 우리나라에선 덫이다”라고, 은수미 의원은 “간접고용이 사회 자체를 갉아먹는 악성 바이러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문제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경고다.

임인택 이정국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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