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2011년 교육 녹취록 공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고소키로
삼성쪽 “강의내용 삼성입장 아니다”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고소키로
삼성쪽 “강의내용 삼성입장 아니다”
삼성에버랜드가 2011년 회사 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사원들에게 교육을 하면서 민주노총을 ‘조합비 벌이 단체’로 매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계는 지난 6일 “노동기본권을 탄압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삼성그룹을 진정한 데 이어 10일에는 삼성에버랜드를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전국금속노조는 9일 삼성에버랜드의 김아무개 당시 인사팀 차장이 2011년 7월6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의 녹취록과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그해 상반기부터 ‘새로운 조직문화’를 주제로 전 사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에서 김 차장은 “민주노총이 양당(통합진보당 등)에 정치자금 다 대준다. 민주노총에서 삼성에 깃발을 꽂아야겠다고 얘기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게… 결국은 이거(돈을) 땡겨야 하잖아. 20만명 삼성 다니는 직원들이 노조 만들어 돈 내주면 1년에 700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조합비를 벌기 위해 대기업 노조 결성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김 차장은 기륭전자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895일 동안 농성을 벌인 김소연 전 분회장을 두고도 “금속노조에서 심습니다. 말 그대로 위장취업, 너 기륭전자에 가서 한건 제대로 해. 내가 앞으로 넌 챙겨줄게. 월급이 한달에 한 130만, 190만원 받던 시기에 한달에 평균 500만원 이상 씁니다. 술 사줘, 모든 경조사에 다 참석합니다. 결혼할 때 30만원씩 내고. 금속(노조)이랑 민주노총에서 대주니까”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10일 에버랜드 쪽을 부당노동행위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로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에 대해 “그날 교육은 있었지만 ‘조직문화’라는 주제로 여러 강연이 이뤄진 것 가운데 일부다. 그중 해당 내용이 설령 언급되었다 할지언정 강연 기교일 뿐이지 삼성의 입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금속노조 등은 세계 최대 노동단체인 국제노총(ITUC)과 함께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사 직원 노동착취, 노조 탄압, 교섭 회피 등을 이유로 지난 6일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의혹을 감독한 뒤 면죄부를 준 책임도 진정서에 담았다. 민주노총 등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문제 등을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해 ‘쟁의로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 원직복직’ 권고를 얻어내기도 했다. 내년 3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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