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과 대법관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통상임금 소송 관련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연장·휴일근로 수당 늘게 돼…“추가임금 청구는 판결 이후만”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18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의 근로자와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며,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과거에 발생한 추가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그동안의 노사합의 관행에 어긋나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며,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그동안 논란이 계속돼온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분명한 판단 기준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임금이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의 대가로서, △일정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일정 조건이나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며 △지급 여부가 업적·성과 등 추가조건에 관계없이 사전에 미리 확정돼 있으면 그 명칭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돼도 정기적이면 통상임금이므로 일반적인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의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하더라도 이는 법정 기준보다 불리한 근로조건 계약이므로 근로기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라며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해 계산한 차액을 추가임금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정기상여금에 대한 추가임금 청구는 신의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며 이런 원칙을 소급적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다. 대법원은 “우리나라의 임금협상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가 관행으로 정착돼왔고 총액 기준으로 협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른 것은 그대로 둔 채 통상임금 제외 합의 부분만 무효로 해 추가임금을 청구하게 되면 기업에 예상치 못한 과도한 손실을 끼쳐 기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므로, 이에 대한 추가임금 청구는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난해 3월 대법원 소부의 금아리무진 판결 이후에도 통상임금의 기준과 그 이유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은 탓에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왔지만, 오늘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여름휴가비·김장보너스·선물비 등 각종 복리후생 명목 임금에 대해서는 “지급일 현재 재직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다만,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는 등 고정성이 인정되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이 갖는 파급력에 비춰보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은 노동자가 연장·야간·휴일노동 등을 했을 때 회사가 지급하는 각종 수당을 계산하는 근거가 된다. 급여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노동자가 추가노동을 통해 받는 수당이 크게 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 고질화한 장시간 노동 관행에도 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현호 선임기자, 이정국 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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