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축소에 분노한 5천명 시위
영원무역 공장 진입 기물 파괴
진압 경찰과 충돌 15명 부상
영원무역 공장 진입 기물 파괴
진압 경찰과 충돌 15명 부상
9일(현지시각) 방글라데시의 한국수출가공공단에서 수당 축소 소식에 흥분한 노동자 5000여명이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 끝에 여성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노동자들은 방글라데시 남부 해안도시인 치타공에 있는 한국 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공장주들이 이달 월급에서 수당을 깎았다는 소식을 듣자 흥분해 공단에 입주해 있는 대형 업체인 영원무역 공장에 들어가 기물을 부수고 경찰과 충돌했다. 영원무역은 4500여명을 고용해 옷과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노동자들의 시위는 방글라데시에서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신발제조산업 분야에선 가장 큰 규모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의류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중국·대만 회사의 투자로 신발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4월 방글라데시에선 다카 외곽에 있는 의류공장 건물이 무너져 1135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월마트·에이치앤엠(H&M)·테스코 등 유명 브랜드의 옷이 만들어지는 공장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 노동자들이 얼마나 착취당하고 있는지 등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수만명의 의류산업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여왔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달 의류공장 노동자 400만여명에 대해 최저임금을 월 38달러에서 68달러로 77% 인상했다. 그러나 의류산업에 비해 ‘후발주자’인 신발산업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방글라데시 주재 한국대사관 쪽은 <연합뉴스>에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한 월급을 8일 처음 지급한 이후 100~200명의 노동자들이 수당 축소를 이유로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영원무역 쪽은 신발공장 노동자들에 대해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수당을 기본급으로 돌리는 바람에 전체 수당이 외형상 준 것이지 전체 월급은 이전보다 늘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주현 기자, 연합뉴스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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