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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만원의 연대’ 10개월째…해고자들 ‘벼랑끝 희망’ 키운다

등록 2014-02-04 20:24수정 2014-02-04 22:46

회원 250여명 매달 1만원씩 모아
해고자 4명에 수개월 생계비 지원
송경동 시인은 12일 후원강연회
부산의 사회복지법인 구덕원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과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직원 이아무개(55)씨는 2012년 7월 일자리를 잃었다. 갑자기 구덕원이 구청에 폐업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실직한 이씨 등 구덕원 직원 100여명은 “전·현 대표이사의 횡령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직원들한테 책임을 돌리고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위장폐업을 한다”며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구덕원 직원들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뿔뿔이 흩어졌다. 1년이 지날 무렵 이씨를 포함해 3명만이 구덕원에서 숙식을 하며 힘겹게 농성을 이어갔다.

이씨는 지난해 7월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4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등 20명이 “해고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마련하자”며 띄운 부산지역 사회연대기금 ‘만원의 연대’의 첫 번째 지원자로 선정됐다는 통보였다.

만원의 연대는 이씨한테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동안 매달 생계지원비 100만원씩을 지원했다. 이씨는 “농성이 길어져 힘들었는데 만원의 연대에서 도움을 줘서 가족들이 너무 좋아했다. 만원의 연대에서 주는 지원금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에서 해고자에게 한두 차례 모금한 돈을 지원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만원의 연대처럼 꾸준히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복직하면서 지원받는 처지에서 되레 만원의 연대의 후원자가 됐다. 다달이 1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그는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나의 조그만 보탬이 외롭게 싸우고 있는 다른 해고자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달로 출범 10개월째를 맞는 만원의 연대 회원은 250여명이다. 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들이 다달이 10만원씩을 후원하지만 대부분의 회원은 1만원씩 낸다.

후원자들이 지난달까지 만원의 연대에 보낸 1500만원은 복직한 이씨를 포함해 해고자 4명의 생계비로 쓰였다. 쌍용자동차노조 양산지부 소속 해고자 2명은 지난해 9월부터, 민주노조 건설을 주도하다 해고된 버스 노동자 1명은 지난해 12월부터 다달이 100만원씩의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다.

만원의 연대는 더 많은 해고자를 돕기 위해 오는 12일 오후 7시 부산 동구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송경동 시인 강연회를 연다. 강연 참가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해고자 후원금을 걷는다. 송 시인은 2011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려내자며 희망버스를 제안하고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만원의 연대 실무 운영위원인 천연옥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회 위원장은 “다른 해고자들과의 형평을 고려해 한 사람당 여섯 달치의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장기 해고자들은 중간에 지원을 중단하기가 곤란한 면이 있다. 해고자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나눔의 행렬에 많이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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