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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스티커 한 장으로 철도 안전 지킨다?

등록 2014-03-10 08:10수정 2014-03-10 08:11

열차축상 과열로 사고 잇따르자
코레일 온도테이프 부착해
색깔 붉어지면 그제야 분해·점검
노조 “근본해결책 아닌 땜질 처방”
전문가 “주기별 검사가 가장 안전”
“이거 보세요. 스스로 정비 안 된 차량이라는 걸 나타내는 거라니까요.”

지난 4일 서울역을 드나드는 새마을·무궁화호 열차들이 점검을 위해 머무르는 서울 상암동 코레일 서울차량사업소의 한 직원이 무궁화호 열차 축상(열차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분)에 붙은 하얀색 스티커(사진)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2월부터 일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 축상에 붙기 시작한 하얀색 스티커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온도 테이프’다. 평상시엔 하얀색이지만, 온도가 올라갈수록 흑색·적색·녹색 등으로 색깔이 변하다 섭씨 70도가 넘으면 다홍색으로 바뀐다. 왜 이런 온도 테이프가 열차 바퀴에 붙은 것일까.

최근 잇따른 열차 사고가 그 배경이다. 지난달 2일 서울역을 떠나 마산역으로 가던 새마을호 열차가 탈선했고, 다음날엔 천안역에서 새마을호 열차 축상에 열로 인한 연기가 나면서 운행이 중지됐다. 이 두 사건 모두 차량 정비 시기를 넘기거나 제대로 된 정비를 받지 못한 탓에 발생한 사고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온도 테이프가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코레일 방침은 온도 테이프가 100도를 나타내면 그제야 열차 축상을 분해해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즉, 점검을 받아야 하는데도 위험이 확실해질 때까지 그대로 둔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온도 테이프를 붙인 열차가 서울차량사업소에만 96량(칸)이고 전국적으로 약 160량에 이르는 것으로 철도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정비 인력 축소가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코레일의 차량 정비 인력은 2005년 6578명에서 2013년 4673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 시기 코레일은 거리에 관계없이 매일 했던 열차 점검 주기를 사나흘로 늘리더니 결국 2010년엔 주행거리 3500㎞마다 정비(하루 평균 주행거리 850㎞)하는 등 주기를 늘려왔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경부선 남성현역에서 출발 예정이던 무궁화호 열차가 축상 발열로 운행이 중지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열차는 부품을 해체한 뒤 점검하는 중정비 기한(40만㎞)을 무려 26만㎞ 초과해서 운행중이었다. 열차 안전을 우려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코레일은 사고 발생 사흘 뒤 ‘정비주기 초과 차량 해소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가운데는 부품을 해체해 중정비를 해야 하는 차량을 일반 경정비 사업소에서 정비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코레일 서울차량사업소 관계자는 “부품을 전부 해체해서 재조립해야 하는 중정비를 경정비 사업소에서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여기는 그런 장비 자체가 없다”며 “지난 2월 발생한 사고도 중정비가 필요한 열차를 경정비 사업소에서 점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백성곤 홍보팀장은 “코레일이 경영 효율을 앞세운 나머지 국민의 안전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사람이 일일이 온도 점검기를 가지고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돼 온도 테이프를 도입하게 됐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박두용 한성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는 “정기 검사 주기에 맞춰서 검사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온도 테이프 부착 방법이 사고 예방에 효과적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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