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조, 자살대책 동참 촉구…“형제의 고통 외면 말길”
비정규직 노동자 자살 사건으로 현대차의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국내 최대 단일기업 노조인 현대차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대책위 참여 요청도 거부해 노동계 내부의 치부도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4일 스스로 밧줄에 목을 매 숨진 비정규직 해고 노조원 류아무개(31)씨 사태와 관련해, 정규직 노조에 대책위 참여를 거듭 요청했으나 정규직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이날 정규직 노조의 참여 없이 총연맹차원의 ‘현대차 비정규직 대책위’를 구성·발족했다. 9일로 예정된 현대차 규탄 결의대회도 현대차 정규직 노조 없이 금속연맹과 지역본부 주최로 치를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모든 단위사업장에 현대자본을 규탄하는 플래카드 등을 내 걸 것을 지침으로 내릴 예정이나,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이 지침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숨진 류씨의 자살 동기가 밝혀지지 않아 ‘열사’로 규정하기 힘들다”면서 대책위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 쪽은 “자살동기 논란을 떠나 류씨의 비정규직 문제가 본질인데도, 정규직 노조가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앞서 2003년에도 현대차 정규직 노조 상무집행위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내는 등 비정규직 노조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정규직 노조는 올초 비정규직 노조가 울산 5공장을 중심으로 단독 파업을 벌여 90여명이 무더기로 해고된 뒤에서야, 원·하청연대회의를 출범시키면서 처음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노동부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9천여명에 대해 불법 파견 판정에 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단독 파업에 나서고 회사쪽은 노조와 노조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가압류와 징계·해고로 맞서는 가운데서도 정규직 노조는 이렇다할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규직 노조 쪽은 “지난 5월 이후 비정규직 노조와 공동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회사 쪽에 특별 교섭에 나서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회사 쪽은 특별교섭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전국 노동 형제들의 지지 속에 탄생한 현대차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모습에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단일 기업노조인 현대차 정규직 노조 차원에선 보지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다”며 “정규직 노조가 대책위에 참여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양상우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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