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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마음 편치 않았지만 찍었죠, 역사니까요

등록 2014-05-12 19:18수정 2014-05-12 22:28

사진작가 정종배(38)씨
사진작가 정종배(38)씨
쌍용차 투쟁 사진집 낸 정종배씨

대한문 분향소 등 2년 역사 담아
“모두들 자기 문제로 느끼지 않아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 제목 택해”
2012년 4월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쌍차지부)는 서울 정동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세웠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뒤 22명이 세상을 떠난 뒤였다. 당시 김정우 지부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그해 10월10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11월19일까지 41일째 이어진 단식농성. 자신을 ‘기록노동자’로 부르는 사진작가 정종배(38·사진)씨는 하루하루 말라가는 김 지부장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단식 22일째 “말 시키지 마. 대답하는 것도 힘들어”라는 말에 정씨는 촬영을 멈추고 얼굴을 바라봤다. 그래도 사진기를 놓지 않았다. “단식하느라 힘든 사람을 앉혀 놓고 사진 찍는 걸 당사자도 주변 사람도 저도 불편하고 힘들어했어요. 그래도 찍어야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역사니까요.”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씨가 말했다.

본명보다 ‘점좀빼’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그가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기록한 쌍차지부 투쟁의 역사가 책으로 나왔다. 지난 2일 발행된 쌍용자동차 투쟁기록 사진집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가 그것이다.

그는 14일 저녁 7시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제가 2년간 지켜본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싸우다 보니 투사로 변해갔던 것뿐이었죠.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한 문제인데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느끼지 않으니까 그러지 말자는 뜻을 사진집 제목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에 담았어요.”

2009년 4월8일 쌍용차는 2646명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고, 6월8일 정리해고는 계획대로 실행됐다. 쌍차지부는 5월22일부터 8월6일까지 공장 점거 파업을 벌였지만 정리해고를 막지는 못했다. 한 해 두 해가 지나도 여전히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싸움은 계속됐지만 단식이나 죽음, 고공농성 같은 극한투쟁이 아니고서는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7년 상명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주로 예술사진을 추구했던 정씨는 ‘뒤늦게’ 2012년 봄 쌍용차 노동자들을 만났다. “2009년 쌍용차 공장 앞에 간 적이 있었지만 제 기억에서 점점 사라졌죠. 그러다가 분향소가 생긴 뒤 대한문에 갔어요. 부채의식이 있었거든요. 그때 동지들 목숨값 갚고 싶다던 김 지부장의 말이 오래 남았어요.” 그는 그렇게 쌍차지부 곁에 눌러앉았다.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에게 늘 사진기를 들이대다보니 꿈에서도 쌍차 노동자들이 나타났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는 버텼다. “이런 과정들이 기록으로 남아야 잊혀지지 않고 역사로 남거든요. ‘책이 팔리겠느냐’고 조합원들이 물어봐요. 저는 지금을 위해서가 아니라 10년, 20년, 50년 뒤에 우연으로라도 이 책을 펼쳐볼 사람을 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 그를 2년간 지켜본 고동민 쌍차 대외협력실장은 책에 이렇게 적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도 카메라를 놓지 않을 것이다.’

글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사진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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