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월 투쟁 끝에 복직한 현대미포조선 김석진씨
“반겨주는 동료들과 땀흘리니 즐거워”
“동료들과 함께 날마다 땀을 흘리니 너무나 즐겁습니다.”
약 8년동안의 길고도 힘들었던 해직생활을 끝내고 19일 현대미포조선에 복직한 울산 현대미포조선 김석진(45·사진)씨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매년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맞았던 추석도 올해는 처음으로 즐겁게 보냈다.
그가 회사에서 쫓겨 난 것은 1997년 사내에 노조 소식지를 뿌린데다 고의로 잔업을 시키지 않는 상사에게 항의를 했기 때문이었다. 명예훼손 등의 해고 이유가 제시됐지만 회사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에 대한 보복이었던 셈이다. 그때부터 그는 100개월 동안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 달 9일 있었던 대법원의 복직판결은 그의 험난했던 해직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지병을 앓고 있는 장인을 찾아뵙고 싶어도 치료비는 고사하고 용돈조차 드리지 못해 명절 때 찾아뵙기 민망했고 두 딸에게도 제대로 된 옷을 사주지 못했는데 8년 만에 사위와 아빠 노릇을 제대로 했다”고 활짝 웃었다.
8년 만에 돌아온 그의 일터는 용접을 주로 하던 공정 상당수가 자동화가 됐고 공장 규모와 작업 인원이 갑절로 커져 낯설기도 했지만 같이 일했던 동료들은 돌아온 그를 반기며 8년의 공백을 메워줬다. 복직 첫날부터 약 보름 동안 점심시간에 공장을 일일이 돌며 동료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잘 왔다. 힘이 난다’며 격려의 말을 던지며 따뜻하게 맞아준 동료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그는 복직판결이 난 뒤 제일 먼저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를 찾았다. 아들의 해고 뒤 3년7개월 동안 중환자실과 집을 오가며 고생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소주잔을 올리며 그는 목 놓아 울었다.
복직으로 그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아니 정상적인 가정으로 돌아왔다. 지난 10일엔 첫 월급도 탔다. 그는 해고기간 회사가 지급하지 않은 임금 3억2000만원 가운데 밀린 4대 의무보험료와 세금 등을 떼고 2억33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해고 때 진 빚7000만원을 갚았다. 미처 주지 못한 변호사 비용도 지불했다. 3600만원은 생활이 어려운 구속자 가족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에 나눠줬다.
그는 “해고·구속자 가족의 경제적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내가 어려웠을 때 받은 주변의 도움을 다른 노동형제들에게 돌려준 것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복직을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40여 일 동안 단식을 한 뒤 얻은 무릎통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 보자는 아내의 간곡한 부탁을 아직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관심을 가져준 이들과 인권·시민·사회단체 등을 일일이 찾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2심 판결 뒤 3년6개월 동안 재판을 미룬 대법원에 항의하는 ‘국가배상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기 위해 서울과 울산을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와 회사의 긴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는 “단체협약엔 해고자가 복직할 때는 실제 소요된 소송비용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당 해고로 가정이 파괴되고 건강이 악화되는 등 보이지 않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회사의 공개사과도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울산/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그는 복직을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40여 일 동안 단식을 한 뒤 얻은 무릎통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 보자는 아내의 간곡한 부탁을 아직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관심을 가져준 이들과 인권·시민·사회단체 등을 일일이 찾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2심 판결 뒤 3년6개월 동안 재판을 미룬 대법원에 항의하는 ‘국가배상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기 위해 서울과 울산을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와 회사의 긴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는 “단체협약엔 해고자가 복직할 때는 실제 소요된 소송비용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당 해고로 가정이 파괴되고 건강이 악화되는 등 보이지 않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회사의 공개사과도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울산/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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