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
“정부 “업주, 기간제 쓰면
퇴직금 부담 커져 정규직 전환 늘것”
노동계선 “고용 불안정 해결안되면
언발에 오줌누기 될 것” 지적
퇴직연금 기금 주식투자 확대엔
“안정성 떨어져 노후 보장 약화”
“정부 “업주, 기간제 쓰면
퇴직금 부담 커져 정규직 전환 늘것”
노동계선 “고용 불안정 해결안되면
언발에 오줌누기 될 것” 지적
퇴직연금 기금 주식투자 확대엔
“안정성 떨어져 노후 보장 약화”
정부가 27일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에서 근속기간 3∼12달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한테도 2016년부터 퇴직급여 수급권을 주기로 한 데에는 이들 노동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함과 동시에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는 올해 3월 현재 기간제 노동자 258만8000명과 시간제 노동자 191만7000명 가운데 근속기간이 1년이 안 돼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00만명에 이르리라고 추산한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청소년이 소규모 편의점에서 1주일에 15시간 이상씩 6달만 근무하더라도 2016년 이후엔 점주가 퇴직금을 줘야 한다. 퇴직급여는 단 1명의 노동자만 일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도 지급 의무가 있다. 현재 퇴직급여 가입 대상이 아닌 1주일 노동시간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앞으로도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고용부)가 노리는 바는 또 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인 기간제 노동자를 줄여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번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직장을 옮겨도 자신의 계좌에 퇴직금이 계속 쌓이므로 노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용자가 기간제를 쓰는 주요한 이유는 비용 절감인데, 특히 1년 미만 계약은 퇴직금 문제가 커서 퇴직급여를 줘야 한다면 비정규직을 쓸 유인책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기간 1년을 분기점으로 퇴직급여 지급 의무가 갈리는 상황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고용 기간이 늘어나고 정규직화까지 연결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그동안 퇴직급여를 주지 않으려고 11개월29일짜리 노동계약을 맺는 등 갖은 꼼수가 난무했다. 손필훈 고용부 고용복지과장은 “퇴직급여 가입 대상 근속기간을 6개월로 하면 이를 피해 5개월짜리 근로계약을 맺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최소 기간을 3개월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기간제를 쓰는 핵심 사유는 노동자를 2년만 쓰고 버릴 수 있는 ‘고용유연성’이어서, 이번 대책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후소득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기간제 노동자 사용 자체는 줄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대상을 확대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기간제 노동자의 소득 자체가 낮은 탓에 진정한 의미의 노후 대책이 되긴 힘들다. 고용 불안정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언발에 오줌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 가운데 퇴직연금 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 등의 대책은 도입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정부의 구호와는 달리 퇴직연금의 불안정성을 높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규제를 오히려 더욱 완화하게 되면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며 정부의 정책 추진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연금 운용의 위험성을 키우고 이에 따른 손실을 가입자(노동자)한테 떠넘기는 것”이라며 “노후소득 보장 강화라는 정부 방침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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