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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케이블방송 설치기사 ‘벼랑끝 외침’…정부도 원청도 ‘외면’

등록 2014-09-17 21:11수정 2014-09-18 00:40

100일째 파업농성 중인 케이블방송 씨앤앰,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00일째 파업농성 중인 케이블방송 씨앤앰,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씨앤앰·티브로드 하청직 파업 100일

고용 안정·저임금 대책 요구에
원청 “우린 직접 사용자 아니다”
대화 거부한 채 대체인력 투입

법위반 시정지시·과태료 부과뿐
정부 부처들도 해결의지 안보여
비정규직 노조의 장기 파업에는 대개 구조적 원인들이 있다. 원청업체의 모르쇠, 대체인력 투입, 관련 부처의 무관심 등이 그런 요소다.

17일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씨앤앰(C&M)과 티브로드의 케이블·인터넷망 설치기사 900여명이 거리로 나온 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이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가 그들의 소속이다. 6월9일 파업을 시작한 설치기사들은 씨앤앰의 대주주인 엠비케이파트너스가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 티브로드홀딩스가 있는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각각 71일, 78일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설치기사들은 청와대가 보이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파업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와대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김영수 지부장은 “대주주인 외국계 자본은 자신의 이익밖에 모르고, 오히려 노조를 와해하려고 장기농성을 조장하는 듯한 느낌이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파업에 참여한 설치기사들은 씨앤앰과 티브로드에서 10~20년씩 일한 이가 많다. 하지만 이들의 ‘근속기간’은 대부분 3년 미만이다. 원청인 씨앤앰·티브로드와 계약한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계약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 설치기사들은 같은 지역의 새로운 협력업체에 채용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된다.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다.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부실한 안전대책을 이유로 파업을 시작했지만, 이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업체는 직접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100일째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달 29일에는 노조가 먼저 직장복귀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한 씨앤앰 협력업체들은 원청인 씨앤앰이 새로 채용한 대체인력 300여명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직장폐쇄를 풀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나서봤지만 원청업체들에서는 “(자신들은) 직접사용자가 아니다”란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그사이 원청과 협력업체의 계약 해지에 이은 선별 고용 등으로 122명이 해고됐다.

파업이 100일이나 계속되고 있지만 교섭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나와 씨앤앰과 티브로드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서만 4~5건의 시정 지시나 과태료 부과를 했을 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설치기사들의 생계는 엉망이 됐다. 장제현 희망연대노조 조직쟁의국장은 “장기파업으로 인해 신용대출이라도 해보려고 노조에서 알아봤더니 파업 참가자의 90%가량이 이미 파산신청을 한 적이 있거나 신용을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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