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연대’ 운영위원들과 후원자, 만원의 연대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고 복직한 해고자들이 지난 1일 저녁 민주노총 부산본부에서 처음으로 함께 만났다. 이들은 “해고가 없는 세상이 와서 ‘만원의 연대’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김광수 기자
[지역 쏙] 부산지역 사회연대기금 ‘만원의 연대’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면 실업급여를 받지만, 지급 기간이 8개월을 넘지 못하고 금액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친다. 복직을 위해 장기간 싸워야 하는 해고자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한 사람의 해고자라도 더 살리자며 발족한 부산지역 사회연대기금 ‘만원의 연대’의 날갯짓은 큰 울림을 준다. 해고자들한테 한줄기 빛이 되고 있는 ‘만원의 연대’의 1년6개월을 돌아봤다.
#사례1 두 딸과 살고 있는 이선좌(48·여)씨는 2010년 7월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의 기간제 노동자로 취업했다. 해마다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만 일하고 그만두면 한달 뒤에 다시 11개월 동안 재계약하며 월 100만원씩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해 8월 같은 처지의 동료 두명과 함께 민주노총 일반노조에 가입하고 부산시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고 석달 뒤에 해고됐다. 계약 기간이 아직 두달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이씨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서를 냈다.
생활이 막막했다. 복직을 위해 싸워야 했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 해고 뒤 5개월은 실업급여 80만원으로 버텼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실업급여 지급 시한이 다가오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4월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부산지역 사회연대기금 ‘만원의 연대’였다.
“‘만원의 연대’에서 월 100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했어요. 너무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만원의 연대’로부터 두번째 생활비를 지원받았던 올해 5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이씨의 복직 결정을 내린 것이다. 6월 이씨는 복직했다. 이씨는 “부산시가 행정업무가 아니라 풀을 베는 업무를 맡기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만원의 연대’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2 통신업체에 다니던 정지훈(32)씨는 2011년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해운대센터에 취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였다. 협력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와 계약을 맺고 출장수리 등을 담당하는 기사들을 채용했다. 기사들은 고정 급여를 받은 것이 아니라 출장수리 건당 수당을 받았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뛰어다녀야 했다. 이동하는 시간은 수당에 포함되지 않았다. 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 및 야간에 일을 해도 법정수당은 없었다. 업무용 차량도 직접 사야 하고, 고객과 통화를 하는 데 들어가는 휴대전화 통신비와 기름값도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지난해 7월 동료 50여명과 노조를 만들어 법정수당 지급 등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발을 뺐다. 협력업체는 올해 3월 폐업으로 맞섰다. 졸지에 일터를 잃었다. 딸이 태어난 지 여섯달째였다.
정씨는 낮에는 동료와 길거리 등에서 폐업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밤에는 지인이 운영하는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리운전을 했다. 실업급여가 다섯달 동안 100만원씩 나왔지만 암투병 중인 장인의 치료비를 보태야 했기 때문이다. 폐업 뒤 두달 동안 아내한테 실직 상태인 것을 숨기다가 노숙농성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면서 털어놨다. 6월 ‘만원의 연대’는 정씨의 계좌로 100만원을 보냈다.
“아내가 기뻐할 줄만 알았는데,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는데 왜 받느냐’고 했어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정씨는 지난달까지 ‘만원의 연대’로부터 네차례 생활비 100만원씩을 받았지만 이달부터는 받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회사가 폐업한 회사를 대신해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부터 해운대센터로 다시 출근하고 있는 그는 “첫 월급을 받으면 만원의 연대에 가입해 다른 해고자들을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계기로 지난해 발족
부산 시민단체 인사 20명 제안
영세사업장 해고자 우선 대상
6개월간 매달 100만원씩 생활비
출범 1년반…후원자 300명 이상
해고자 8명에게 4700만원 지원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는 일이지만 여럿이 마음을 모으면 적은 힘들이 모여 희망의 징검다리를 모을 수 있겠지요.”(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만원의 연대’ 발족사) 지난해 4월 발족한 ‘만원의 연대’는 희망버스가 계기가 됐다. 2011년 김 지도위원이 309일 동안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자 전국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고 영도조선소를 찾아오고 자발적으로 해고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은 것에서 착안했다. 당시 전국교수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장이던 김석준 부산시교육감과 권혁근 변호사 등 부산지역 종교·노동·학계·시민사회단체 대표 인사 20명이 “일시적 모금을 해서 해고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다달이 만원씩 내서 해고자들한테 생활비를 꾸준히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지원 대상자는 권 변호사 등 7명으로 꾸려진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다. 해고자 본인이 생활비 지원을 직접 신청하거나 운영위원들이 추천을 하면 운영위원회가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실업급여가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6개월 동안 다달이 15일께 100만원씩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노조가 결성되지 않았거나 노조원이 적어서 해고자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부산과 경남 김해·양산지역 중소사업장의 해고자들을 지원한다. ‘만원의 연대’ 실무운영위원인 천연옥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은 “쌍용자동차 노조 등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기업 노조는 조합비로 해고자의 생계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기댈 곳이 없는 영세사업장의 해고자들을 우선 지원한다”고 말했다. 출범 뒤 지금까지 1년6개월 동안 ‘만원의 연대’를 후원한 이들은 300명이 넘는다. 후원자들은 출금자동이체(CMS)와 계좌이체로 권 변호사 명의의 계좌에 다달이 1만~10만원씩을 보내고 있다. 일가족 4명이 함께 후원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1년치 후원금을 내는 사람도 있다. ‘만원의 연대’는 초청강연회도 세 차례 열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저자인 홍세화 <말과 활>발행인과 희망버스 제안자 송경동 시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부산에서 무료 강연을 하면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해고자들을 위해 호주머니를 열었다. ‘만원의 연대’는 지금까지 8명의 해고자한테 4700만원을 지원했다. 2009년 정리해고를 당한 쌍용자동차 양산 정비공장 문기주(53)씨 등 2명은 지난해 9월부터 1년째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복직한 5명은 이제 생활비를 지원받지 않아도 된다. 문씨는 “‘만원의 연대’는 한 푼이 절박한 해고자들한테 한줄기 햇살과 같다”고 말했다. 도서관 등에서 시간제 강의를 하고 있는 조보고파(52·여)씨는 “해고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만원의 연대 발족 소식을 듣고 바로 가입했다. 나의 조그만 도움을 받은 해고자들이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서 일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의) 010-5570-7430, 다음 카페 ‘부산 만원의 연대’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 시민단체 인사 20명 제안
영세사업장 해고자 우선 대상
6개월간 매달 100만원씩 생활비
출범 1년반…후원자 300명 이상
해고자 8명에게 4700만원 지원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는 일이지만 여럿이 마음을 모으면 적은 힘들이 모여 희망의 징검다리를 모을 수 있겠지요.”(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만원의 연대’ 발족사) 지난해 4월 발족한 ‘만원의 연대’는 희망버스가 계기가 됐다. 2011년 김 지도위원이 309일 동안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자 전국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고 영도조선소를 찾아오고 자발적으로 해고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은 것에서 착안했다. 당시 전국교수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장이던 김석준 부산시교육감과 권혁근 변호사 등 부산지역 종교·노동·학계·시민사회단체 대표 인사 20명이 “일시적 모금을 해서 해고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다달이 만원씩 내서 해고자들한테 생활비를 꾸준히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지원 대상자는 권 변호사 등 7명으로 꾸려진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다. 해고자 본인이 생활비 지원을 직접 신청하거나 운영위원들이 추천을 하면 운영위원회가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실업급여가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6개월 동안 다달이 15일께 100만원씩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노조가 결성되지 않았거나 노조원이 적어서 해고자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부산과 경남 김해·양산지역 중소사업장의 해고자들을 지원한다. ‘만원의 연대’ 실무운영위원인 천연옥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은 “쌍용자동차 노조 등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기업 노조는 조합비로 해고자의 생계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기댈 곳이 없는 영세사업장의 해고자들을 우선 지원한다”고 말했다. 출범 뒤 지금까지 1년6개월 동안 ‘만원의 연대’를 후원한 이들은 300명이 넘는다. 후원자들은 출금자동이체(CMS)와 계좌이체로 권 변호사 명의의 계좌에 다달이 1만~10만원씩을 보내고 있다. 일가족 4명이 함께 후원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1년치 후원금을 내는 사람도 있다. ‘만원의 연대’는 초청강연회도 세 차례 열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저자인 홍세화 <말과 활>발행인과 희망버스 제안자 송경동 시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부산에서 무료 강연을 하면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해고자들을 위해 호주머니를 열었다. ‘만원의 연대’는 지금까지 8명의 해고자한테 4700만원을 지원했다. 2009년 정리해고를 당한 쌍용자동차 양산 정비공장 문기주(53)씨 등 2명은 지난해 9월부터 1년째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복직한 5명은 이제 생활비를 지원받지 않아도 된다. 문씨는 “‘만원의 연대’는 한 푼이 절박한 해고자들한테 한줄기 햇살과 같다”고 말했다. 도서관 등에서 시간제 강의를 하고 있는 조보고파(52·여)씨는 “해고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만원의 연대 발족 소식을 듣고 바로 가입했다. 나의 조그만 도움을 받은 해고자들이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서 일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의) 010-5570-7430, 다음 카페 ‘부산 만원의 연대’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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