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는 캐디(경기 보조원). 한겨레 자료 사진
시위했다고 출장유보하자 소송
회사쪽에 정신적 피해 배상 판결
회사쪽에 정신적 피해 배상 판결
특수고용직인 캐디(골프 경기보조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한 회사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김대웅)는 정아무개(43)씨 등 캐디 44명이 “부당해고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88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88관광개발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정씨 등 41명에게 위자료 300만원씩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정씨는 2008년 9월 다리가 불편해 움직임이 느린 김아무개씨 일행의 경기를 보조하다 팀장 우아무개씨한테서 경기 진행이 늦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씨는 정씨를 나무라는 우 팀장의 말을 듣고 회사 대표에게 항의했다. 경기 뒤 우 팀장은 정씨와 언쟁을 벌였고, 정씨는 출장유보조치(경기보조업무 배치 중단)를 당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골프장에서 손팻말 시위를 하거나 골프장 업무를 위탁한 국가보훈처 누리집에 징계와 골프장 운영상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또 노조 활동을 이유로 결장을 통보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들을 제명하거나 출장유보조치를 내리며 대응했다. 회사는 캐디들에게 노조에 적대적인 ‘자치회’가 만든 수칙을 준수하고 위반 시 벌칙을 받겠다는 내용의 반성문과 서약서를 요구했다. 노조 탈퇴를 종용한 셈이다.
1심 재판부는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로 캐디피 등 수입을 얻지 못한 데 대한 재산상 손해를 1인당 750만~1030만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기에 “노조를 골프장에서 배제하려는 의도 아래 캐디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캐디피를 받지 못하게 하고 회사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때까지 출장 기회를 박탈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했다”며 위자료 300만원씩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침해할 때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 책임이 있다고 밝힌 선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노조 쪽 변호를 맡은 오윤식 변호사는 “위자료 지급은 예상 밖의 성과지만, 5년 넘도록 법정 싸움을 해온 노조원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배상금”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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