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급식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경기 안양시 ㅁ초등학교의 학교급식 노동자인 김아무개(49)씨는 올해 4월부터 일손을 놓은 채 병원을 들락거린다. 김씨는 2004년 조리원이라는 이름으로 학교급식 일을 한 지 석달 만에 팔 통증으로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김씨는 날마다 무거운 조리기구와 식판을 씻어 나르고 불편한 자세로 많은 양의 요리 재료를 손질하는가 하면 엄청난 양의 설거지 등을 하느라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김씨는 지난해 봄부터 오른쪽 어깨가 심하게 아파 정형외과에서 근육주사를 맞으며 버텼는데, 올해 새학기 시작 뒤 학교급식실에서 설거지를 하던 중 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헛돌았다. 의사는 다른 어깨 근육을 감싸는 회전근계 힘줄이 끊어졌다고 했다. 결국 수술을 받은 김씨는 유·무급 병가와 연차휴가로 버티다 요즘엔 산업재해 신청을 준비 중인데 학교가 관련 서류 작성에 비협조적이라 속을 태우고 있다. 김씨는 12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아무래도 학교의 직인 없이 신청을 해야 할 듯하다. 다른 동료들도 다들 아프면 병가를 내고 개인돈으로 치료한다. 애들을 위해 일하러 나왔는데 자식한테 짐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까봐 걱정된다”며 울먹였다.
김씨처럼 일선 학교 급식실에서 아이들 밥을 지어먹이는 급식 노동자들이 심각한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일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 기준으로 볼 때 학교급식 노동자의 91.9%가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의원실의 의뢰를 받은 김철홍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이 인천·경남·강원·충북의 학교급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 조사를 종합·분석한 결과다.
학교급식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통증 호소 비율은 기존에 알려진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속기사(91.6%)와 자료입력직 노동자(89.7%)보다 높다. 업무 내용이 비슷한 병원급식 노동자(76.1∼81.6%)보다도 높다. 그럼에도 대체인력 부족이나 관리자 눈치를 보느라 산재 신청을 하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철홍 소장은 “제조업은 기계화 등을 통해 사람한테 직접 가해지는 노동집약적 일이 줄었는데, 급식은 정형화된 작업이 아니다보니 무거운 것을 들고 옮기는 일이 사람한테 모두 몰리고 있다”며 “현재 학교 급식노동자 1명이 담당하는 식수인원 150명은 공공기관 평균 28.8명, 국립대병원 평균 21.1명 등과 비교하면 너무 많다. 이를 적어도 100명 이하로 낮추고 육체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급식실 내부의 공학적 개선 등의 조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