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할까?

등록 2014-11-12 17:59수정 2014-11-12 19:11

토크콘서트의 모습.
토크콘서트의 모습.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 (조돈문, 이병천, 송원근, 이창곤 엮음)출간을 맞아 삼성 문제를 톺아보는 토크콘서트가 지난 10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렸다. 이 책은 지난 2008년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의 후속작이다. 삼성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삼성노동인권지킴이와 참여사회연구소, 함께하는 시민행동,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삼성인권지킴이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함께 주최한 이날 토크콘서트는 정범구 전 국회의원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조돈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가톨릭대 교수), 이병천 강원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삼성의 빛과 그림자

삼성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의 1위 재벌이 되었다. 눈부신 성장으로 빛이 강해졌지만 그에 비례해 그늘도 많았다. 조돈문 대표는 총수 일가가 누리고 있는 거대한 부에 비해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제보된 통계를 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약 233명이 백혈병 등 산업재해에 걸렸고 그 중 99명이 이미 사망했다.” 삼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짧은 근속연수에서도 나타난다. “노동조합이 활발한 기업들의 경우 근속년수가 18~20년 된다. 하지만 삼성은 평균 근속년수가 10년도 안된다.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기업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하종강 학장의 지적이다. 그는 “제가 회사에 가면 두 가지를 묻는다. 근속년수와 평균 연봉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노동자들의 근속연수가 짧다는 것은 삼성의 복지혜택이나 임금 수준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사무직 노동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휴일, 심지어 휴가지에서 조차 자발적으로 일을 하게 만들기에 삼성의 높은 연봉은 ‘극단적인 성과급체제와 장시간 노동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두려움이 우리사회에 적잖다. 과연 그럴까? 하종강 학장은 “통계청 통계를 보면 대외수출로 벌어들인 경제적 이익이 상위 20%에 쏠려 있고 그 아래 40%까지는 영향을 주지만 그 이하로 내려가면 모두 소멸되어 버린다. 그러니 삼성이 돈을 벌어도 전체 국민의 60%는 거의 관계가 없다”며 삼성의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과대평가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정범구 전 의원은 “삼성의 총수지배체제, 족벌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늘 돌아오는 대답이, 복잡한 경영환경에서는 이러한 체제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지금 우리나라 GDP의 20%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체제로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병천 교수는 “그동안 이익은 삼성이 독식하고 비용은 사회가 짊어졌다. 삼성전자가 돈을 벌면 한국의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공장 굴뚝이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 삼성을 둘러싼 침묵의 카르텔

삼성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지배해왔는지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양심 고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정치권, 언론, 관료는 삼성 문제에 대해 사실상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해왔다. 심상정 의원은 “2012년에 19대 국회의원으로 들어와서 첫 번째로 연 행사가 삼성 백혈병 피해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증언대회였다. 행사 전에 삼성전자를 만나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물었는데, 의지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삼성의 책임을 인정하고 대 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이재용 부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지만 아버지가 살아계신 상황에서 아버지 때의 일을 자식이 사과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올해 초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통해 삼성 문제가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되고 있을 때 다시 삼성 관계자를 만났다. 사과도 하고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것이 고작 1~2년 사이의 일이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삼성은 변화해야 하며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심상정 의원은 관료, 언론계에 광범위하게 침투한 삼성 권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기자들을 만나보면, 지금 삼성 광고를 받지 못하면 월급이 안나온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1급 공무원들의 자제들 대부분은 삼성에 들어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밝은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보다 세금 덜 내는 삼성

한국에 있는 25만개 기업의 법인세가 약 17~18%정도이다. 그런데 삼성은 16.1%의 법인세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보다 덜 내는 있는 셈이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 5년간 약 7조 8천억을 세금을 내야 하는데 감면 받은 것만 6조 7천억원이다. 그러니 삼성이 내야할 법인세의 86%를 감면해 준 것이고, 국민들이 대신 내준 것 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오늘의 삼성이 있기 까지엔 감세를 통해 삼성이 내야 할 세금을 국민들이 대신 내 준 것, 온갖 편법행위에 대한 묵인 등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의 노고와 헌신이 분명 삼성을 도운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요구할 권리가 있다. 국감을 해봐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삼성의 미래전략실의 실장을 부르려고 하면 여당대표 단위에서 간사를 말리곤 한다. 그만큼 삼성이 갖고 있는 권력과 영향력은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었다.

■ 무노조경영은 바뀔까

일각에서는 삼성이 일류 기업이 된 데에는 무노조경영이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하종강 학장은 “무노조경영으로 일류기업이 된 것이 아니라 삼성의 직원들이 자신들은 일류 기업에서 일한다고 착각하기에 지금 일류기업처럼 보일 뿐이다”이라고 반박했다. 하 학장은 “삼성이 무노조경영을 하는 방법은 하나다. 당신들은 최고의 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세뇌를 끊임없이 한다. 기업들의 노조의 역사를 보면 노동자들 스스로 일류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자각과 노조의 탄생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트 이건희 체제’, 곧 이재용 체제 하에서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바뀔 수 있을까? “삼성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는 것은 노동자들과 시민사회의 부단한 압박이다. 삼성 백혈병 사건도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 이후 사회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삼성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지, 삼성 스스로 변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하종강 학장) 시민사회의 부단한 관심, 압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hgy421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