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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경비원 내 남편 18개월 동안 계약서 6번·사직서 6번 썼다”

등록 2014-11-13 19:44수정 2014-11-13 21:45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조원들과 시민들이 9일 낮 서울 강남구 ㅅ아파트 인근 길거리에서 지난 10월 7일 분신을 시도한 뒤 사망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조원들과 시민들이 9일 낮 서울 강남구 ㅅ아파트 인근 길거리에서 지난 10월 7일 분신을 시도한 뒤 사망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어느 경비원 아내의 호소
“제 남편은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18개월째 근무하는 경비원입니다. 근로계약서를 3개월에 한 번씩 작성하는데 2개월이 지나면 전체 사직서를 받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 것이 정당한 건가요?”

한 경비원의 아내가 보낸 편지가 서울 노원노동복지센터에 도착했다. 이 경비원은 1년 반 사이에 6번의 근로계약서와 6번의 사직서를 썼다. ‘무급’인 휴게시간에도 경비실에서 쉬어야 했고, 역시 무급 휴게시간으로 정해진 자정에서 새벽 5시 사이에 1시간씩 야간순찰을 돌아야 했다. 새벽 6시부터 24시간을 일하고 하루를 쉰 다음 다시 24시간 근무를 한다. 주당 근무시간이 72시간(연장근로 포함 법정 주당 근로시간 68시간)을 넘지만 휴가는 두 달에 하루뿐이다.\

‘법정 최저임금 100%’ 시행앞
급여 오르는 대신 감원할라
경비원들 대량해고 걱정

13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원노동복지센터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이만수(53)씨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작 경비원들은 ‘법정 최저임금 100% 적용’ 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대량해고부터 걱정하는 형편이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노원노동복지센터가 소개한 다른 경비원의 사례를 보면,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의 임금 인상을 막으려고 무급 휴게시간을 만들어놓고도 그 시간에 순찰·소등 등 업무를 시켰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야간작업 근로자를 위한 수면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지만, 경비원들은 비좁은 경비초소 의자에 앉아 불을 켜둔 채 자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12년에 이어 올해 노원지역 경비원들의 노동환경을 조사했다. 87%가 60대 이상인 경비원들의 평균 나이는 66.2살이었다. ‘감시직’이라 비교적 노동강도가 약해 최저임금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청소, 택배 관리, 분리수거 등 6가지 이상의 업무를 하고 있었다. 고용형태를 보면 79%가 용역계약직, 18%가 계약직으로 고용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별도 휴게시설이 없는 경우도 70.5%에 이르렀다.

경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 100%가 적용돼 급여가 현재보다 19%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무급 휴게시간을 지금보다 3시간 정도 늘려야 관리비 인상 없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급 휴게시간을 더 늘리기 어려운 탓에 관리비 인상에 따른 경비원 감원이 예상된다”고 했다. 경비원 해고에 따라 남은 경비원들의 노동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좌담회에선 경비원 고용 문제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지역 노·사·민·정 협의회를 통해 논의하자는 제안 등이 나왔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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